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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김종호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09일(月)
‘北은 正常 국가’ 맞장구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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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인권유린 체제를 ‘쇼’로 분식
세계에 ‘정상’ 각인하는 책략
‘봄이 온다’ 평양 공연에서도

북한 예술의 본질은 선전선동
김정은도 ‘사회주의 힘’ 강조
‘예술만 봐야’식 접근은 잘못


북한은 노동당의 위상이 정부보다 높다. 노동당 강령이 헌법의 상위 규범이기도 하다. 김정은을 호칭할 때의 공식 직책도 조선노동당 위원장,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등의 순으로 나열한다. 그의 호칭이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는 ‘국무위원장’으로 결정됐다고 한다. 통일부는 지난 5일 “나라와 나라의 관계는 아니지만, 남북 간의 특수 관계를 감안했을 때 (북한은) 국무위원장이 우리 대통령의 격에 맞는 호칭”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 호칭을 ‘여사’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6일 “북한에서도 ‘리설주 여사’라고 표기한다고 한다. 그게 가장 자연스러운 공식 호칭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일부 지적도 일리 있지만, 현실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결정 배경도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북한= 정상(正常) 국가’로 세계에 각인하려는 김정은의 책략에 맞장구치는 계기로 이어져선 안 된다. “대한민국 헌법상 반(反)국가단체이고, 3대 세습, 인권 유린, 군사 모험주의로 점철된 전근대적 폭력 정권과도 필요에 따라 협력할 수는 있겠지만, 북한의 ‘정상 국가’ 코스프레를 받아주는 건 잘못”이라고 한 어느 전직 관료의 비판이, 호칭 문제를 넘어 다른 사안에도 해당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자계(自戒)해야 한다.

한국 예술단이 13년 만에 지난 1일과 3일 평양에서 가진 공연 ‘봄이 온다’도 마찬가지였다.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체제를 ‘정상 국가’인 것처럼 위장하려는 김정은의 책략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김정은은 리설주를 대동하고 공연을 본 뒤, 걸 그룹인 레드벨벳 멤버들과도 일일이 악수하면서 “내가 레드벨벳과 만나는 것에 대해 다들 관심이 많다는 걸 알고 있다. 평양 시민에게 이런 선물을 줘서 고맙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북한은 공연 일부만 조선중앙TV를 통해 녹화 방송하면서 레드벨벳 등의 무대 출연 장면은 통째로 편집했다. 김정은 말과 달리, 평양 시민도 소수 특수층 현장 관객 외에는 TV 화면을 통해서조차 걸 그룹의 춤과 노래를 접할 수 없게 차단한 것이다. K-팝을 ‘남조선 날라리풍’이라고 배격해온 북한이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위한 ‘쇼’를 한 셈이다. 탈북 피아니스트인 김철웅 서울교대 연구교수의 분석 취지도 다르지 않다. 그는 “김정은은 항상 세련된 지도자, 정상적 지도자, 여유 있는 지도자인 것으로 선전하고 싶어 한다”며, 김정은이 레드벨벳을 옆에 세워 ‘나는 이런 것도 즐길 줄 안다’는 대중 친화적 이미지를 만들어 확산하려고 했다는 요지로 말했다.

평창올림픽 때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했던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을 김정은이 새삼 치켜세운 것도 그 연장선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삼지연관현악단 창설자·총지휘자인 김정은의 ‘악기 선물’ 전달식이 지난 6일 열렸다고 7일 전하며, ‘최고영도자 동지의 정력적인 영도로 삼지연관현악단은 온 남녘 땅을 들었다 놓을 수 있었다’고 으스댔다. 그런데도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조차 김정은에 대해 6일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세세하게 챙기는, 꼼꼼하게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떠받들었다. 평양 공연 직후 김정은의 ‘가을이 왔다’ 서울 공연 제안을 즉석에서 반색했던 사실과 함께, 도 장관이 김정은의 ‘정상 국가 이미지화’에 휘둘리고 있다는 의심을 자초한 셈이다.

물론 공연 등을 통해 북한에 자유의 바람을 불어넣을 기회 등은 자주 갖는 게 바람직하다. 그렇더라도 북한에서 예술은 ‘사상과 정치에 복무하는 선전선동 수단’일 뿐이라는 본질까지 눈을 감아선 안 된다. 그런 예술을 ‘폭탄보다 더 위력 있다’고 여기는 김정은은 모란봉악단·청봉악단 등도 만들었다. 올해 신년사에선 “혁명적인 사회주의 예술의 힘으로 부르주아 반동문화를 짓눌러 버려야 한다”고도 외쳤다. 그에 앞서 김정일도 “음악은 정치에 봉사해야 하며, 정치 없는 음악은 향기 없는 꽃과 같다”고 했다. 김일성 또한 “혁명적인 노래는 총칼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도 적의 심장을 뚫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본색을 외면한 채, ‘예술은 예술로만 봐야 한다’는 식의 잘못된 접근에 따른 문화예술 교류는 북한 정권의 ‘정상 국가’ 분식(粉飾)을 거들 위험성이 크다는 사실을 문 정부부터 잊지 말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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