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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09일(月)
다수당 야합과 지방분권 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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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권 전국부장

6·13 지방선거를 84일 앞둔 지난달 21일, 전국 1035개 시·군·구 기초의원 선거구가 획정됐다. 지난 6회(1034개) 때보다 선거구가 1개 늘어났지만,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을 뺨칠 정도로 게리맨더링이 심했다. 지방의회 다수당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선거구획정위가 크게 늘린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쪼갠 수정 조례안을 밀어붙여 통과시켰다. 한 선거구에서 4명을 뽑으면 소수당 후보가 선출될 가능성이 커지지만, 선거구를 둘로 나눠 각각 2명을 뽑을 경우 1, 2당 후보가 대부분 당선되는 게 현실이다.

두 당이 지배하는 기초의회에 다양한 민심을 반영하고, 사표 방지를 목적으로 도입하려 했던 4인 선거구 증가는 기득권 유지를 위한 민주당과 한국당의 적대적 공생관계에 막혀 고사했다. 문재인 정부가 지방자치와 분권을 핵심 국정 과제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4인 선거구 쪼개기에 앞장선 것은 이율배반적인 패거리 정치 형태다.

두 당이 기초의원 4인 선거구를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기초의원은 동네 골목 골목을 대표하는 풀뿌리 민주주의 선수이기에 선거구가 작아야 좋다는 것이다. 실제 2002년 지방선거까지 기초의원은 국회의원처럼 한 선거구에서 1명만 뽑는 소선거구제였다. 그러나 기초의회에서 영·호남을 중심으로 한 당의 싹쓸이 현상이 극심해지자, 2명 이상을 뽑는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됐다. 선거구 쪼개기는 다양한 민심을 의회가 수용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는 것이며 기득권을 내놓지 않겠다는 몽니에 불과하다.

한 선거구에서 4명을 뽑을 경우 50% 득표율 후보와 5% 득표율 후보가 똑같이 의원 배지를 다는 것은 등가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럼 지난해 대선 때 서울에서 6.5%를 득표한 심상정 후보가 속한 정의당이 서울시의회에 한 석도 없고, 서울 기초의원 419명 중 1명만 정의당 소속인 현재의 비례 대표성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4인 선거구는 광역의원 선거구와 면적·유권자가 비슷해 광역과 기초의원 간 역할과 구분이 모호해진다는 반대 논리는 잠재적 정치 경쟁자를 키우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두 정당이 지방의회를 독점하면서 풀뿌리 민주주의는 병들고, 의회는 부패했다. 6회 지방 선거 이후 기초의원 부패와 당선 무효 등에 따라 치러진 재·보궐 선거는 73회에 달한다.

문재인 정부는 자치 입법·행정·재정·복지권 등 4대 자치권을 지방정부에 이양하기로 했다. 지방정부가 국가 사무를 대거 이양받는 만큼, 지방정부를 관리·감독하는 지방의회의 전문성과 책임성, 윤리성을 강화하는 일이 시급하다. 기득권 유지를 위해 장벽을 쌓은 이번 선거구 획정은 구태다. 이런 지방의회에 분권을 명분으로 권한을 부여할 경우 지방 분권은 시작부터 싹수가 노랗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기득권 카르텔을 깨기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기초와 광역으로 나뉜 지방의회를 하나로 통합하는 정치 개혁을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정치 기득권 타파를 위해 국회의원 수를 30% 줄이고, 4연임 금지를 위한 개혁을 추진한다. 6월 선거는 구태 지방의원을 몰아내는 선거가 돼야 한다. ybk@munhwa.com
e-mail 유병권 기자 / 전국부 / 부장 유병권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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