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드라마 ‘굴욕의 신기록’… 시청률 1.6% ‘역대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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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방송·종편에도 밀려
주중 미니시리즈 특히 苦戰
‘드라마 명가’ 자존심 구겨져

외주 제작사 ‘소통부재’ 토로
연출자-출연진 잡음 잇달아

MBC 월화극‘위대한 유혹자’(극본 김보연·연출 강인·사진)가 MBC 창사 이래 드라마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드라마 명가’라 불렸던 MBC가 새 경영진이 들어선 후 신임 드라마본부장 체제에서 7주 간의 정비 기간을 거친 뒤 처음으로 편성한 드라마인 터라 아쉬움이 더 크다.

9일 방송된 ‘위대한 유혹자’ 17, 18회는 각각 전국 시청률 1.8%, 1.6%(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방송된 MBC‘20세기 소년소녀’가 기록한 역대 최저치인 1.8%보다 밑돈다. 32부작인 ‘위대한 유혹자’는 이제 반환점을 돈 터라 향후 반등하지 못하면 지상파 3사 드라마를 통틀어 역대 최저 시청률을 기록한 KBS 2TV ‘맨홀’(1.4%)보다 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MBC 드라마는 대중과 광고주들의 관심이 가장 높은 주중 미니시리즈 시장에서 특히 고전하고 있다. 수목극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극본 정하연·연출 정지인)의 시청률도 3∼4% 수준이다.

후발주자인 케이블채널 tvN에는 이미 덜미가 잡혔고, 종합편성채널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높지 않다. JTBC는 ‘미스티’가 8% 시청률까지 치솟았고, 현재 방송 중인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방송 초반부터 4%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TV화제성 조사기관인 굿데이터 코퍼레이션이 집계에 따르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4월 둘째주 드라마 화제성 1위를 기록해 ‘입소문’도 좋다.

특히 2년 만에 드라마를 편성한 TV조선 ‘대군-사랑을 그리다’의 8일 방송 분량 시청률이 2.9%였던 것을 감안하면 MBC가 받은 성적표는 더욱 초라하다.

익명을 요구한 MBC 관계자는 “예능 강자로 MBC가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시사·보도의 시청률과 영향력도 점차 향상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MBC 드라마의 문제를 더 이상 파업의 여파로 볼 수 없다”며 “드라마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몇몇 드라마 외주 제작사 대표들은 ‘소통의 부재’와 ‘무리한 변화’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위대한 유혹자’ 등 현장에서는 연출자와 제작진, 출연진 간 잡음이 적잖이 흘러나오고 있다. 7주간의 정비 기간을 거친 후 방송 2개월 전 시작된 촬영은 이미 ‘생방송’을 방불케 하는 수준이 됐다. 세대교체를 내세우는 드라마국이 젊은 PD와 신인 배우들을 대거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정작 대중의 눈높이를 만족시킬 만한 결과물은 내지 못하고 있다.

한 외주 제작사 대표는 “촬영 현장에서 본사 소속 PD와 제작진 간 이견이 생기면 간부급에서 이를 조율해줘야 하는데 현재 MBC는 현장 PD를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분위기라 답답하다”며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어느 정도 화제성과 연기력이 보장된 배우보다 ‘주인공을 맡긴 이르다’는 평가를 받는 신인들 위주로 주연진 꾸리는 것도 시청률 하락의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