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STX 법정관리 혼선, 구조조정 실패가 災殃 더 키운다

STX조선해양의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가 일단 유예했다. 산업은행은 STX조선에 ‘생산 인력 75% 감축’을 포함한 자구계획안을 9일까지 제출하도록 시한을 정했다. STX조선이 10일 새벽 노사 합의안을 도출한 만큼 내용을 심사해 최종 결정한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이 배수진을 친 시한을 스스로 파기하면서 STX조선의 구조조정 작업 혼선은 더 복잡해졌다.

최종 판단이 미뤄졌다고는 하나 STX조선 구조조정의 본질이 바뀐 것은 아니다. 생산인력을 75%나 내보내야 할 정도면 이미 정상적인 기업으로 보기 어렵다. 지난해 11월 실시한 외부 실사에서도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게 나왔다. 그래도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통해 고비용 구조를 고칠 의지가 있다면 기회를 줄 수는 있다. 그러나 노조는 회사의 존립이 걸렸는데도 파업을 벌이며 완강히 거부해왔다. 산업은행이 혹여 기존 원칙을 버리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한다면 기존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다. STX조선은 2016년 1차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인 지난해 7월 13개월 만에 조기 졸업했다. 당시에도 취약한 재정 상황과 수주 부진이 여전해 의구심이 제기됐는데, 결국 9개월 만에 다시 법정관리의 기로에 선 것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1월에만 해도 ‘고정비용 30% 감축’ 노사확약서를 받는 등 고삐를 죄었다. 그러나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2월 금융논리 외에 산업·지역·고용 측면도 보겠다는 새 구조조정 기조를 밝혔고, 문 대통령은 대우조선해양을 찾아가 “조선 경기가 곧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STX조선 등 조선업계는 지원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정부의 구조조정 원칙이 오락가락하면서 세금을 축내고 일자리도 잃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거듭되고 있다. 시장논리에 따른 과감한 구조조정만이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회생시킬 유일한 길이다. STX조선에는 혈세 8조 원이 투입됐지만, 여전히 생사 기로에 서 있다. 법정관리로 가면 청산이 유력하고, 1300여 명의 정규직과 협력업체 일자리도 사라진다. 성동조선도 8년간 4조 원의 혈세로 연명하다 끝내 법정관리로 갔다. 구조조정 실패는 재앙(災殃)을 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