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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박현모의 세종이 펼친 ‘진짜 정치’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11일(水)
‘성과없이 새로운 일만 만드는 관리’ 꼴찌… 570년前 ‘지자체장 평가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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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5년 5월 경기도 백성 1034명이 세종에게 글을 올렸다. 일 년 전 큰 흉년 때 경기관찰사 허후가 식견 있는 이를 뽑아 진휼관(賑恤官)으로 삼고 직접 민간을 순시하면서 독려한 결과 지역민이 모두 소생(蘇生)했다는 내용이었다.

경기 백성들의 상언(上言)을 보면 허후는 각종 약재와 구황(救荒)작물을 두루 갖춰 성심으로 구료했다. 이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쌀을 배로 운반해 각 고을 부근에 나누어 쌓아 두었다가, 백성들로 하여금 아침저녁으로 받아내어 오고가는 노고를 면하게 했다. 철저히 주민 입장에서 적솔력(迪率力 : 한발 앞선 리더십)을 발휘해 성공적으로 가뭄을 극복한 관찰사 허후를 임기 만료에도 불구하고 일 년만 더 다스리게 해달라는 게 그들의 청원이었다.

무분별한 지역개발과 행사, 그리고 호화청사 건축 소식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허후의 목민(牧民) 이야기는 낯설기까지 하다. 허후의 구휼행정에서 주목되는 것은 진휼관을 뽑고 독려한 그의 리더십이다. 관찰사, 즉 광역자치단체장의 경우 수령과 다른 또 하나의 덕목이 있었다. “수령을 깊이 관찰할 수 있는(深察) 능력”이 그것이다. 무능한 자를 물리치고 유능한 사람을 수령직에 등용하는 안목이 있어야만 백성이 그 혜택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지금이야 광역단체장이나 기초단체장이 모두 주민의 선거로 뽑히기 때문에 둘 사이에 위계질서가 없지만 조선시대에는 상황이 달랐다. “근래 관찰사의 평가 점수가 너무 후해서 유능한 수령이 오히려 피해를 입고 있다”는 세종의 지적에서 보듯이, 관찰사의 수령 평가는 매우 중요한 책무였다. 흥미로운 것은 세종시대 수령의 상중하 평가 기준이다. 세종실록을 보면, 상등 수령은 “이익을 일으키고 해되는 점을 제거하여(興利除害) 백성들에게 은혜를 미친 자”이다. 큰 업적을 세우려 하기보다는 국가정책에 보조를 맞춰 좋은 것은 살리고 나쁜 것은 고치되, 결과로서 주민들에게 혜택을 주는 지자체장이 상등이라는 것이다.

▲  박현모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장
한마디로 수령에게 크게 기대하지 말라는 말인데, 중등과 하등 수령의 기준을 보면 그 의미가 더욱 분명해진다. “재주와 덕은 비록 일컬을 만한 것이 없으나, 근근이 그 직책을 지켜 백성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자를 중등” 그리고 “재능(才能)을 믿고 오로지 새로이 일 만드는 것만 일삼아, 백성에게 폐해를 끼친 자를 하등”으로 평가한다는 기준이 그것이다.

전사건립(專事建立), 즉 ‘새로이 일 만드는 것만 일삼는’ 자를 꼴찌로 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세종은 성과 없는 실험 행정을 반대했다. 잠깐 자리에 앉아있는 자가 이것저것 시도하다 그만두면 그 후유증은 고스란히 백성에게 돌아온다. 정약용도 이 때문에 참된 수령이라면 백성 다스리는 것을 “아픈 사람 돌보듯이(視民如傷)”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성을 임상시험 대상으로 삼지 말고, 환자에게 꼭 맞는 처방을 오랫동안 지속해서 마침내 혜택을 입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지방은 지자체 선거로 바쁘다. 교회며 지역행사장 등에 후보자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두 달 남은 6·13 지방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는 지금이다. 각 당에서 공천 후보자를 제대로 가려내지 못하면, 유권자의 선택 범위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세종이라면 어떻게 후보자를 선정할까? 우선 ‘구휼미를 각 고을 경계에 비치해 백성들로 하여금 쉽게 받아가도록’ 한 허후 같은 인재, 공무원이 아닌 주민의 입장에 서서 정책을 추진하는 사람을 상등으로 놓지 않을까.

다음으로, 지금까지 추진돼온 지역의 중요 정책을 계승 발전시키되 중앙정부 및 광역자치단체와 협력하여 성과를 거두는, 그래서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리더를 중등으로 칠 것이다. 그러나 대책 없이 바꾸기만 일삼는 후보는 절대 추천하지 않을 것이다.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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