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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라이프 닷 북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11일(水)
꼭 서울 살아야 할까… 버리고 비우며 하동서 작은 행복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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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달라도 충분히 행복하게’

10년 동안 패션 일에 종사하며 매 순간 흥분과 짜릿함을 경험해온 패션 에디터 도시 여자. 유학 생활을 거쳐 정년이 보장된 회사에 다니는 전문직 도시 남자. 분 단위로 스케줄을 쪼개 쓰며 치열하게 살던 이들 부부는 어느 날 문득, 이런 의문에 사로잡혔다. “이게 과연 우리가 원하는 삶일까?” “우리는 꼭 서울에 살아야 할까?” 도시 남자는 정년을 앞둔 OB들을 보며 “나 역시 저렇게 늙어 서울에 아파트 한 채 갖게 되는 것인가”라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10년 동안 열심히 달려온 도시 여자는 열정이 시들시들해져 다음 단계를 고민하고 있었다. 이 도시 남녀는 대책 없이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탈(脫)서울을 감행했다. 그리고 살 곳을 찾아 떠났다. 충청도에서 시작된 ‘집 찾기’ 여정은 밑으로 밑으로 땅끝마을까지 이어졌고 결국 지리산 자락, 아름다운 섬진강이 있는 하동에서 찾았다. 동네 어르신들은 다 허물어져 가는 그런 집을 왜 사냐며 의아해했지만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Why Not?”

‘조금은 달라도 충분히 행복하게’(RHK)는 바로 이 도시 여자 김자혜 씨의 2년간 하동 정착기이다. 뼈대만 남기고 다시 집을 만들어 가는 집짓기 이야기이기도 하고, 많은 것을 버리고 비우고 줄이는 새로운 일상 이야기이기도 하며, 그곳에서 나무가 건네는 말을 듣고, 텃밭을 가꾸고, 지리산에 오르며 알게 된 자연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서울 생활과는 다른 기쁨, 일상에 숨은 작은 행복을 발견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제철 식재료로 매끼 밥을 지어 먹으면서 식구들의 식탁을 책임졌던 어머니의 고단함과 현명함에 감동하고 적은 생활비를 쪼개 쓰면서 성실하고 정직했던 아버지의 돈벌이에 숙연해지고, 호미로 땅을 후비는 작은 노동을 통해 자연의 너그러움을 배우고 꽃밭을 가꾸며 계절의 오고 감을 절실하게 체감한다. 숲속 민박을 운영하고 글을 써서 얻는 적은 돈에 맞춰 생활 규모를 줄여 살고 있다는 이들은 이 책이 귀촌 성공담도 아니고, 농촌 생활을 장려하는 책도 아니라며 그저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삶을 꾸리는 이들의 체험담 정도로 봤으면 한다고 했다. 이들은 시골 생활에서 배운 것 중 하나는 ‘각자가 딛고 선 자리에서 행복할 것’이라고 했다. 시골에 집을 짓고 호젓하게 살아가니 얼마나 좋으냐며 부러워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당신이 선 그곳에서 행복해야 한다고, 모두의 삶에는 각자 짊어져야 할 십자가가 있으며 그 모든 일을 말없이 겪어야 한다. 그곳이 어디든 생을 긍정하라.”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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