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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World & Idea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11일(水)
시리아 화학무기, 강 건너 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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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유럽, 화학무기 확산 공포 증폭
미국·서구 對 러시아·이란 전선
북한·시리아 커넥션 다시 주목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가 국제사회 갈등의 중심이 되고 있다. 크림반도 사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전(前) 러시아 스파이 독극물 암살 기도 사건 등으로 그렇지 않아도 고조되고 있던 서방 대(對) 러시아의 갈등이 이번 사태로 전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 7일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공격으로 동(東)구타 반군(叛軍) 지역에서 어린이 등 민간인 수십 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지면서 시작됐다. 프랑스 주도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9일 소집됐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짐승’이라 맹비난하며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시리아 정부 지지 국가도 책임져야 한다”며, 러시아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런 서방 국가들의 움직임에 대해 러시아는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 자체를 ‘개입 핑계를 위한 날조’라 주장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9일 새벽 시리아 정부군은 물론 러시아·이란·헤즈볼라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시리아 중부 도시 홈스의 타이프로 공군 기지에 미사일 8발이 날아온 것이다. 이란군을 포함, 최소 14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미사일 공격의 주체가 이스라엘이라고 지목했다. 이스라엘 공군 F-15기 2대가 레바논 상공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서구 국가들이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첫째, 인권 문제 때문이다. 독가스에 무참하게 살해당한 어린이·여자의 처참한 사진이 보도되면서 시리아 정부의 반(反)인권 만행을 규탄하는 국내 여론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 화학무기 확산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슬람 테러 단체들이 시리아로부터 화학무기를 획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최근 헝가리에서 ‘반(反)난민 정서’를 업고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압도적 의석을 확보하며 4선에 성공했다. 오르반 총리는 선거 당시 난민을 ‘독극물’이라고 불러 서구 자유주의적 언론들로부터 맹공격을 받았다. 그런데 진짜 독극물이 시리아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 미국 정책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 유대인 사회의 ‘아우슈비츠 독가스’ 트라우마 때문이다. 유대인은 핵보다 독가스에 더 큰 거부감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이슬람국가(IS)의 상징적 수도 락까에서 IS가 축출되자, 출구전략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직접적 테러 위협 근거지가 사라진 이상, 시리아 내전에 계속 발을 담글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쿠르드족 문제가 거론되기도 했으나, 대체로 외면하는 분위기였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주둔 미군 2000명을 수개월 내에 철수하라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시리아 주둔 미군은 특수전 요원과 반군에 대한 군사고문·훈련교관단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철군은 일단 보류되게 됐다.

북한-시리아 커넥션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보고서를 인용해 양국 간 커넥션을 집중 조명한 적이 있다. 2012∼2017년 북한에서 시리아로 선박을 통해 탄도미사일 부품 등 최소 40건의 금수품목이 이전됐는데, 화학무기 제조 과정에서 사용되는 내산성 타일과 밸브, 온도측정기 등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또, 2016년 8월 북한 기술자들이 시리아 바르제·아드라·하마에 있는 화학무기 및 미사일 시설에서 일했다는 것이다.

2007년 7월 28일 시리아 알사피라에서 수십 명이 숨지는 의문의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시리아 정부는 쉬쉬했는데, 두 달 뒤인 9월 영국 군사전문 잡지 디펜스 위클리가, 폭발한 것은 시리아과학연구센터(SSRC)가 운영하는 비밀군사시설이며, 당시 사망자 중에 북한 기술자 3명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북한 기술자들은 그곳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인 스커드C의 탄두에 머스터드가스를 탑재하는 실험을 해왔으며, 폭발이 일어난 곳은 VX·사린가스·머스터드가스 등 화학무기용 물질이 보관돼 있던 저장소였다고 한다.

북한 김정은은 이번 시리아 사태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관심이 한반도에서 중동으로 옮겨가기를 기대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시리아 화학무기 개발의 주요 파트너가 북한이란 사실이 부각될 경우, 그 여파는 북한으로 번질 수 있다. 화학무기금지조약(CWC) 비가입국은 북한·이집트·남수단 3개국뿐이다. 시리아조차도 2013년 10월 가입을 신청,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로부터 사찰을 받으며 완전 가입국이 되기 위한 절차를 밟던 중이었다. 현실 사용이 쉽다는 점에서 핵보다도 무서울 수 있는 북한 화학무기에 대한 경계를 늦춰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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