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환자 의료비 갈수록 증가… 정상인의 최대 1.5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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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비만’ 진료지침 발표, 유순집 대한비만학회 이사장

“그간 국가 기준, 외국 틀로 운영
3년간 2000만 명 빅데이터 분석
한국에 맞게 3단계 나눠 현실화”

“비만 문제는 ‘빙산의 일각’입니다. 미래에 큰 사회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미래 세대 비만 예방을 위해 어린아이를 둔 부모들이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국형 비만 진료 지침을 발표한 대한비만학회의 유순집(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사진) 이사장은 11일 “이런 식으로 가면 비만 때문에 미래 각종 질환이 나타나 국가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만으로 대사 질환이 늘고, 심혈관계 질환도 증가하는 것은 물론, 비만 자체가 암의 중요한 원인인 만큼 암 환자도 많아질 수 있다고 유 이사장은 경고했다.

유 이사장은 “이뿐만 아니라 전신적인 질환이 늘게 된다”며 “지금도 (의료비 등으로) 의사들이 거리로 나선다고 하는데, 그때가 되면 그 많은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단 치료 비용뿐만 아니라, 그 외 작업 손실과 조기 사망 등의 간접 비용도 크게 증가한다”며 “깊은 물 속에 들어가 있는 빙산처럼 많은 문제가 있고, 용암이 가득 찬 화산과 같아 언제 분출될지 모르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런 심각성을 해소하기 위해 전문학회 입장에서 시작한 사업이 한국인에게 맞는 비만 기준을 정립하는 일이다. 유 이사장은 “그동안의 국가 표준 비만 기준이 있긴 했지만, 외국의 기준을 그대로 받아들여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운영된 점이 적지 않다”며 “건보공단과 양해각서를 맺고 3년 동안 2000만 명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한국형 비만 기준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25 이상인 경우 성인 비만, 29.9까지가 ‘1단계 비만’, 34.9까지 ‘2단계 비만’, 35 이상부터는 ‘3단계 비만’으로 설정했다.

아울러, 한국인은 허리둘레가 BMI보다 비만 관련 질환에서 더 명확한 예측 인자라는 점도 제시했다. 유 이사장은 “진단 기준에서 BMI 24.9는 괜찮고, 25는 비만이라 나쁘다는 게 아니다”며 “비만 전 단계로 생각하는 23∼24.9에서도 허리둘레가 남자 90㎝, 여자 85㎝를 넘으면 1단계 비만과 같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도 분석 중이다. 현재 약 50만 명을 표본으로 한 중간 연구 결과를 보면 비만 환자는 정상인보다 의료비가 최대 53%까지 증가했다.

비만 예방을 위해 유 이사장은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듯이 어릴 때 달고, 짜고, 기름진 음식에 노출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며 “어린이들이 이런 음식에 익숙해지지 않도록 부모들이 많은 노력을 해야 미래 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