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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글로벌 스타일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12일(木)
파키스탄에 첫 트랜스젠더 앵커… 보수 이슬람 국가에 ‘변화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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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 마르비아 말리크 방송 진행
“각국 기자·시청자에 격려받아”
性소수자 인권의식 향상 불댕겨


인구의 97%가 이슬람교인 파키스탄에서 첫 트랜스젠더 뉴스 앵커가 탄생해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가장 보수적인 국가 중 하나인 파키스탄에서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의식이 한 계단 올라서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평가다.

영국 공영 BBC방송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민영방송 ‘코헤누어’는 최근 여성 뉴스 앵커로 트랜스젠더 마르비아 말리크(21·사진)를 고용했다. 펀자브대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한때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모델로 활동한 적이 있는 말리크는 고등학교 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기 위해 가족과의 의절을 감수하고 성전환 수술을 했다. 이후 말리크는 많은 어려움 속에서 스스로 돈을 벌어 대학을 마쳤다고 한다. 말리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방송사 합격 소식을 듣고) 너무 좋아서 소리를 지르며 울었다”고 당시를 설명하며 “내가 소망하던 꿈을 이루기 위한 첫 계단에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파키스탄 트랜스젠더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며 “우리 트랜스젠더들은 성적 차별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말리크는 “우리는 제3의 성이 아니라 일반적인 시민”이라고 강조했다.

말리크는 올해 초 코헤누어 방송 앵커로 합격한 뒤 3개월의 연수를 받았고, 지난달 23일 성공적으로 첫 방송을 진행했다. 말리크는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첫 방송 이후 많은 시청자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좋은 반응을 보내주셨다”며 “각국의 기자와 저널리스트로부터도 많은 격려를 받았다”고 말했다. 코헤누어 방송사 대표 유나이드 안사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리크를 채용한 것은 성 정체성이 아닌 능력을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람이 대다수인 파키스탄에는 역사적으로 17∼18세기부터 성소수자 및 ‘제3의 성’을 뜻하는 ‘히즈라’가 존재해왔다. 주로 남성성을 버리고 여성으로 살기를 택한 이 히즈라들은 ‘구루’라고 불리는 조직에서 양육되고 생활하면서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이루며 살아왔다. 현재 약 50만 명에 달하는 히즈라가 파키스탄에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파키스탄 법원은 2009년부터 ‘제3의 성’으로 히즈라에게 주민등록증을 발급해줬으며 여권 발급 시에도 이들을 트랜스젠더로 분류해왔다.

오래전부터 히즈라가 존재했다고 해서 이들에 대한 차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른 어떤 국가보다 심각하게 성소수자를 배척하고 소외시켰다. 지난 2016년 5월에는 알리샤라는 이름의 23세 트랜스젠더가 거리에서 총을 맞고 병원으로 실려왔으나 알리샤를 어느 병실에 둘지 결정하지 못해 치료 지연으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파키스탄에선 남성 병실과 여성 병실을 따로 두고 있다. 이에 따라 파키스탄에서는 히즈라들 대부분이 직업을 구하지 못해 구걸과 매춘으로 삶을 이어간다. 이들은 성적 정체성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으며 법적인 결혼도 할 수 없다. 더욱이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해 폭력, 강간, 살인 등 범죄에 쉽게 노출돼 있다.

이런 파키스탄에서 최근 말리크와 같이 트랜스젠더들이 사회적 지위를 얻고 인정받으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 통계국은 지난해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처음으로 트랜스젠더를 제3의 성으로 배정해 별도로 파악하기 시작했으며 이 조사에서 1만418명의 트랜스젠더가 공식 확인됐다. 또 지난 3월 초 파키스탄 상원은 트랜스젠더에게 의학적 검사 없이 스스로의 성 정체성을 결정할 권리를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파키스탄 지방정부도 지난달 트랜스젠더에게 처음으로 ‘X성’을 명시해 운전면허증을 발급해줬다. 파키스탄 내과 의사이자 간성(間性) 운동가인 사나 야시르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파키스탄이 트랜스젠더에 대해 더욱 관대하고 수용적인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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