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5.22 화요일
전광판
Hot Click
아시아
[국제] 글로벌 스타일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12일(木)
파키스탄에 첫 트랜스젠더 앵커… 보수 이슬람 국가에 ‘변화의 바람’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21세 마르비아 말리크 방송 진행
“각국 기자·시청자에 격려받아”
性소수자 인권의식 향상 불댕겨


인구의 97%가 이슬람교인 파키스탄에서 첫 트랜스젠더 뉴스 앵커가 탄생해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가장 보수적인 국가 중 하나인 파키스탄에서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의식이 한 계단 올라서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평가다.

영국 공영 BBC방송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민영방송 ‘코헤누어’는 최근 여성 뉴스 앵커로 트랜스젠더 마르비아 말리크(21·사진)를 고용했다. 펀자브대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한때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모델로 활동한 적이 있는 말리크는 고등학교 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기 위해 가족과의 의절을 감수하고 성전환 수술을 했다. 이후 말리크는 많은 어려움 속에서 스스로 돈을 벌어 대학을 마쳤다고 한다. 말리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방송사 합격 소식을 듣고) 너무 좋아서 소리를 지르며 울었다”고 당시를 설명하며 “내가 소망하던 꿈을 이루기 위한 첫 계단에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파키스탄 트랜스젠더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며 “우리 트랜스젠더들은 성적 차별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말리크는 “우리는 제3의 성이 아니라 일반적인 시민”이라고 강조했다.

말리크는 올해 초 코헤누어 방송 앵커로 합격한 뒤 3개월의 연수를 받았고, 지난달 23일 성공적으로 첫 방송을 진행했다. 말리크는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첫 방송 이후 많은 시청자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좋은 반응을 보내주셨다”며 “각국의 기자와 저널리스트로부터도 많은 격려를 받았다”고 말했다. 코헤누어 방송사 대표 유나이드 안사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리크를 채용한 것은 성 정체성이 아닌 능력을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람이 대다수인 파키스탄에는 역사적으로 17∼18세기부터 성소수자 및 ‘제3의 성’을 뜻하는 ‘히즈라’가 존재해왔다. 주로 남성성을 버리고 여성으로 살기를 택한 이 히즈라들은 ‘구루’라고 불리는 조직에서 양육되고 생활하면서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이루며 살아왔다. 현재 약 50만 명에 달하는 히즈라가 파키스탄에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파키스탄 법원은 2009년부터 ‘제3의 성’으로 히즈라에게 주민등록증을 발급해줬으며 여권 발급 시에도 이들을 트랜스젠더로 분류해왔다.

오래전부터 히즈라가 존재했다고 해서 이들에 대한 차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른 어떤 국가보다 심각하게 성소수자를 배척하고 소외시켰다. 지난 2016년 5월에는 알리샤라는 이름의 23세 트랜스젠더가 거리에서 총을 맞고 병원으로 실려왔으나 알리샤를 어느 병실에 둘지 결정하지 못해 치료 지연으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파키스탄에선 남성 병실과 여성 병실을 따로 두고 있다. 이에 따라 파키스탄에서는 히즈라들 대부분이 직업을 구하지 못해 구걸과 매춘으로 삶을 이어간다. 이들은 성적 정체성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으며 법적인 결혼도 할 수 없다. 더욱이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해 폭력, 강간, 살인 등 범죄에 쉽게 노출돼 있다.

이런 파키스탄에서 최근 말리크와 같이 트랜스젠더들이 사회적 지위를 얻고 인정받으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 통계국은 지난해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처음으로 트랜스젠더를 제3의 성으로 배정해 별도로 파악하기 시작했으며 이 조사에서 1만418명의 트랜스젠더가 공식 확인됐다. 또 지난 3월 초 파키스탄 상원은 트랜스젠더에게 의학적 검사 없이 스스로의 성 정체성을 결정할 권리를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파키스탄 지방정부도 지난달 트랜스젠더에게 처음으로 ‘X성’을 명시해 운전면허증을 발급해줬다. 파키스탄 내과 의사이자 간성(間性) 운동가인 사나 야시르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파키스탄이 트랜스젠더에 대해 더욱 관대하고 수용적인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
e-mail 김다영 기자 / 사회부  김다영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많이 본 기사 ]
▶ 육군 대령·소령이 여군 하사와 불륜…대법 “해임 정당”
▶ “김정은, 트럼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실수”
▶ 아침 낭군 얼굴에 부인 연지가 가득…‘뜨거운 新婚’ 글로 ..
▶ “북미정상회담 99.9% 성사…北입장서 이해하려 고민”
▶ “비아그라+독감 백신=암세포 전이 억제”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트럼프 북미회담장 떠날 수 있을지에 “의심의 여지 없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내달 12일 예정된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속일 생각을 하지 말라고 말했..
ㄴ “화난 트럼프, ‘북미회담 계속해야 하나’ 측근들 다그쳐”
육군 대령·소령이 여군 하사와 불륜…대법 “해임 정..
외신, 文대통령 ‘북미정상회담 구원자 역할’ 주목
北, 핵실험장 南취재진 방북 끝내 거부…미국 등 외..
line
special news ‘월드컵 악연’ 이근호, 2번째 도전은 부상에 ‘발목..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소집명단 오르고 막판 탈락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201..

line
“북미정상회담 99.9% 성사…北입장서 이해하려 고..
마지막 떠나는 길도 소탈하게…구본무 LG회장 발..
고교·여대생 커플, 갓난아기 방치해 숨지자 유기
photo_news
백악관, 북미정상회담 기념주화 발행…‘평화회..
photo_news
즐라탄의 황당한 할리우드 액션…뺨 때리고 쓰..
line
[역사 속 ‘사랑과 운명’]
illust
아침 낭군 얼굴에 부인 연지가 가득…‘뜨거운 新婚’ 글로 묘사
[인터넷 유머]
mark술자리에서 매력적인 남자 mark노후 행운 6가지
topnew_title
number ‘댓글조작 수사·재판’ 드루킹 3번째 변호사도..
부사관이 병사 탈영하게 한 뒤 클럽서 유흥..
이번엔 아파트 단지에 30㎝ 식칼 떨어져…경..
나경원, 직원 폭언 논란에 “제대로 교육하지..
서울 아파트 시장 ‘거래 절벽’…“2013년 이전..
hot_photo
탤런트 신지수 “예쁜 딸 낳았어요..
hot_photo
탤런트 강경준♡장신영, 25일 결..
hot_photo
아이유, 악플러 형사 고소··· “선처..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