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우리, 행복한 어린이>소외층 매달 후원하고 명절엔 쌀 100포대… “이젠 1억 기부 도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양정순(오른쪽) ㈜광덕기업 대표 부부가 3월 29일 제주시 도남동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주지역본부에서 1억 원 후원을 약정한 뒤 ‘그린노블클럽’ 제주도 5호 후원자로 위촉됐다. 양 대표의 남편 역시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클럽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그린노블클럽’ 가입 양정순 ㈜광덕기업 대표

중3때 홀로 고향 제주 떠나
학업·일 병행하며 돈 모아
‘부자 되면 사회환원’ 결심

남편 사업 돕다 따로 독립
사장부부 돼 ‘나눔’ 앞장

“남편은 이미 1억기부 회원
솔선수범 따라 나도 약정”

양정순(53) 씨는 제주도 토박이였다. 그곳에서 태어나고, 초등·중학교도 제주에서 다녔다. 6남매 중 둘째였던 정순 씨,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섬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농사를 지으셨던 부모님의 벌이는 사실 6남매를 책임지기에는 너무 벅차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형편이 좋지 않았던 가정은 정순 씨를 돌봐줄 상황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정순 씨는 육지로 나가기로 결심했다. 중학교 3학년, 어린 나이였다. 당시 정순 씨는 “부모님이 고생하시는 걸 못 보겠다. 내가 희생해서 부모님 고생이 조금이라도 덜어진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고 생각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육지 땅을 밟던 날, 어린 정순 씨의 마음은 ‘설렘’보다 ‘두려움’이 더 컸다. 36년이 지난 뒤, 이제 정순 씨는 제주도에서 20명이 넘는 직원을 거느리는 탄탄한 ㈜광덕기업의 어엿한 사장이 됐다. 건물의 전기 내선 설치 등 전기업종인 광덕기업은 연 매출액이 50억 원이 넘는 중소기업이다.

“집안이 어려워 고등학교를 육지에 있는 실업계고로 가기로 결심했어요.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학교였는데, 어린 나이에도 부모님 고생을 조금이라도 덜어 드리려면 나라도 육지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내 인생은 내가 책임져야겠다며 오히려 나 자신을 키울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생각해도 참 성숙했었던 것 같네요.”

양 대표는 12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제주도를 떠나오던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양 대표의 말대로 당시의 정순 씨는 육지 생활 동안 훨씬 어른스러워져 고향으로 돌아왔다. 학업과 일을 병행하며 한 푼 두 푼 모았던 돈으로 초가집이었던 고향 집을 슬래브 집으로 고쳤다.

제주도로 돌아와 관광 관련 일을 하던 양 대표는 1998년 지금의 남편을 만나 살림을 꾸렸다. 전기회사에 다니던 남편은 결혼 2년 후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남편이 사업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나 양 대표도 사업체를 설립했다.

“남편이 회사를 차린 후 남편 회사에서 같이 일을 도왔어요. 다행히 일이 잘 풀려 사업체를 하나 더 차려도 좋겠다는 생각에 저도 남편 회사에서 독립해서 회사를 차리게 된 겁니다.”

남편과 함께 회사를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양 대표 부부의 ‘나눔’ 활동도 시작됐다. 양 대표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여러 사회봉사 단체 등을 통해 기부와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설날과 추석 때만 되면 쌀 100포대씩을 고향 마을 독거노인과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나눠줬다. 장애인 시설이나 요양원에는 매달 10만 원씩을 기부하면서 ‘작은 사랑’을 나눴다. 어린이 단체에도 매달 아이들 이름으로 기부 활동을 해 오고 있다.

그러던 양 대표는 지난 3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1억 원 기부 약정을 맺으면서 ‘그린노블클럽’에 가입하게 됐다.

“제가 이렇게 큰돈을 기부하기로 약속하는 데는 남편의 영향이 컸어요. 사실, 남편은 저보다 먼저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클럽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거든요. 남편의 솔선수범에 저 역시 큰일을 결심하게 된 거죠.”

양 대표는 어려운 환경이 오히려 자신의 기부 활동을 활발하게 해 준 촉매제였다고 말한다.

“어려운 시절을 거치고 나니까, 삶의 여유도 찾아온 것 같아요. 만약 제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이런 걸 못 느꼈겠죠. 돈을 벌게 되면 사회 환원 사업을 많이 해야겠다는 결심도 더욱 굳건해집니다. 우리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회니까요. 함께 가야 할 길이죠. 아이들에게도 항상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라고 얘기합니다.”

불교 신자인 양 대표는 앞으로 전국 곳곳에 명상센터를 지어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언제든지 찾아와 편안하게 힐링할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남편 회사와 제 회사 직원들과 가족을 합치면 50여 명이 되는데, 이번 달에 중국으로 전원 해외여행을 떠납니다. 우선 우리 회사 직원과 가족들부터 행복해야 어려운 이웃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될 테니까요.”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함께하는 우리, 행복한 어린이 '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