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高·실업률高·가계부채高 걱정에… 기준금리 또 동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李총재 웃음의 의미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회의실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미소 짓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김동훈 기자 dhk@

- 韓銀 금통위 만장일치 결정

미국과의 금리는 역전됐지만
외국인 자금 이탈 조짐 없고
물가상승률 아직 저조한 상황
올 성장 전망 3.0% 유지키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50%로 다시 동결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도 3.0%로 유지키로 했으며, 올해 물가 전망치는 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은은 12일 오전 서울 태평로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최저금리에서 벗어난 이래 세 번째 동결 결정이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역전 상황은 그대로 유지됐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인상하면서 한·미 간 정책금리는 10년여 만에 처음으로 역전된 상황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는데도 한은이 재차 동결함에 따라 금리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금리 역전의 후폭풍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아직 금리 역전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 조짐이 나타나지 않는 반면, 우리 경제를 둘러싼 제반 여건이 상당히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우선 한은은 이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1%대 중반 수준을 보이다가 하반기 이후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목표 수준에 점차 근접하겠으며, 연간 전체로는 1월 전망치(1.7%)를 소폭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올해 전망치를 1.6%로 낮췄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가 여전히 위험 수준을 보이는 점에서 가계와 자영업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 역시 금리 동결의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대출 증가세는 둔화하는 반면, 지난달 말 개인사업자(자영업자) 은행대출 잔액은 295조6000억 원으로 한 달 사이 2조9000억 원 늘었다. 개인사업자 은행대출 증가액은 작년 11월(3조2000억 원) 이후 최대다.

북한과 관련한 지정학적 리스크(위험)는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환율 리스크가 이를 대체하고 있다. 최근 원화 강세에 따라 국내 수출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더구나 미국이 한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를 압박하고 있고 환율보고서 발표 역시 임박한 상태여서 환율 리스크는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도 확산 일로이기 때문에 언제 한국 수출 기업으로 불똥이 튈지는 장담할 수 없어 보인다. 취업자가 2개월 연속 10만 명 대에 그치고 실업자 수가 2000년 이후 3월 기준으로는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용 상황이 최악인 점도 한은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돈을 많이 푼 상황에서도 실업률 등 경제 지표가 개선되지 못해 금리를 인상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경제 체질 개선 작업을 통해서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만용·최재규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