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팀장의 북레터>남성이 읽는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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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정확하게는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페미니즘 책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미투’로 다시 탄력을 받아 올해도 전년에 비해 30%가량 많은 책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이 페미니즘 책들의 독자는 누구일까요? 당연히 여성이 압도적입니다. 교보문고에 의뢰해 페미니즘 독자 비율을 살펴보니 지난 1월부터 3월까지를 기준으로 여성 대 남성 독자의 비율은 81대 19 정도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최대 독자 군은 20대 여성(43.1%)이며, 이어 30대 여성 14.81%, 40대 여성 11.29%, 50대 여성 7.25% 순이었습니다. 이어 20대 남성 5.44%, 30대 남성 4.47%, 50대 남성 4.63%, 40대 남성 4.21%입니다.

여성에 대한 책이니 여성이 많이 읽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국 차별 없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는 성을 넘어선 이해에서 출발할 테니 남성들이 더 많이 읽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여성의 각성도 중요하지만 남성의 이해와 변화가 더 필요하다는 점에서, 미투 운동 이후 과열되는 남혐과 여혐을 보면서 더욱더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주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생각의 힘)는 책이 눈에 띕니다. 고등학교 국어 교사인 저자 최승범은 “남자니까 잘 모르잖아요, 배워야죠”라는, 대학 시절 후배 말을 계기로 페미니즘을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는 ‘남페미’로서 자신의 역할은 일상의 최전선에서 같은 남성들을 향해 발언하는 것이라며 “남자도 페미니스트가 돼야 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페미니즘이 남성의 삶과도 맞닿아 있으며 여성만큼이나 남성을 자유롭게 해줄 수 있다는 데 있다”고 합니다. 이런 말도 합니다. “함께 페미니스트가 되자. 잃을 것은 맨박스요, 얻을 것은 온 세계다.”

이코노미스트, 타임 등에서 일했던 기자 출신으로 2015년 영국에서 여성 평등당을 만든 캐서린 메이어의 ‘이퀄리아’(와이즈베리)도 흥미롭습니다. 책은 완벽한 성 평등이 구현된 가상 국가 ‘이퀄리아’를 그려냅니다. 이곳에서는 여성·남성 대명사(she·he) 대신 성 중립적 대명사 ‘ze’를 사용하고, 정부의 최대 관심은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데 있습니다. 또 성별과 나이에 관계없이 개성을 뽐내며 살아가는데 이런 변화는 결국 여성뿐 아니라 남성 모두를 자유롭게 한다고 합니다. 이같은 맥락에서 기존의 남성성을 새롭게 바라보자는 ‘남자는 불편해’를 이번 주 북리뷰 톱으로 선택했습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