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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13일(金)
‘공영방송 관련법 개정’ 與野 대치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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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원식(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국회에서 공영방송 개혁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강효상(가운데) 의원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공영방송 관련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2년전 ‘공영방송 이사회 與野균형’개정안 발의
정권 잡은뒤 “공수처 동의해야 법안 처리한다” 며 거부

보수·진보 따라 공영방송 수난
민주 박홍근 의원 4개 법안 내놔
이사 추천 與7명·野6명 맞추고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사장임명

국민의당 등 野 3당 동참했지만
새누리 반대로 상임위도 못넘어

文대통령도 대선후보 공약으로
보도·제작·경영 분리 등 내세워

현재 한국당 “원안대로 처리를”
4월 국회일정도 보이콧 들어가
민주당, 새 법안 냈지만 野 반발


KBS와 MBC, EBS 등 공영방송 관련법 개정을 둘러싼 여야 대치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2일부터 4월 임시국회 회기가 시작됐지만, 여야는 13일 현재까지 2주째 의사일정에도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공영방송을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방법론 면에서는 딴소리를 하고 있다. 공영방송 관련법 개정을 둘러싼 쟁점을 짚어봤다.

1 왜 논란이 됐나

공영방송 관련법 개정 논란은 4월 임시국회가 시작된 지난 2일 야당이 일명 박홍근 안으로 불리는 일련의 법안 처리를 요구한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에 동의하면 해주겠다”고 우회적으로 거부하면서 격화됐다. 야당이 처리를 요구한 법안은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자는 취지로 지난 2016년 7월 박홍근 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대표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 개정안 등 4개 법안을 말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이들 박홍근 안을 원안 그대로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법안 발의 시 야당이었다가 이제 여당으로 지위가 바뀐 민주당은 법안 내용을 변경할 것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2 역대정부 방송장악 논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 사장의 수난이 이어지며 논란이 일었다. 1988년 ‘KBS 최초의 민선 사장’으로 선출된 서영훈 사장은 노태우 정부가 특별감사를 통해 방만 경영을 문제 삼자 사퇴했다. 서 사장 후임으로 서기원 사장이 임명됐으나 노조의 출근 저지에 막혔다. 김대중 정권 때 임명된 박권상 사장은 노조의 퇴진 요구로 임기 70일을 남기고 물러났다. 노무현 정권 때는 서동구 사장이 ‘낙하산’ 논란으로 임명 한 달 만에 퇴임한 후 ‘KBS사장 공동추천위원회’ 공모를 통해 정연주 사장이 선임됐으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며 해임됐다. 이후 김인규 사장도 ‘보은 인사’라는 노조의 반발이 일었으며 MB정권 말에 임명된 길환영 사장은 박근혜 정권 때 세월호 참사 오보 등으로 해임됐다. 고대영 사장도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며 KBS 이사회의 의결로 물러났다. MBC도 노무현 정권 때 임명된 엄기영 사장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희생양이 됐고, 김재철 사장과 박근혜 정권 때 취임한 안광한·김장겸 사장도 노조와 부딪히며 논란을 일으켰다.

3 박근혜 정부 당시 상황

박근혜 정부 당시였던 2016년 7월 발의된 공영방송 관련법 개정안, 일명 박홍근 안은 여야의 현격한 입장 차로 인해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박홍근 안 처리를 강력히 요구했고,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 다른 야당들도 이를 거들고 나섰다. 법안 개정을 통해서만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폐단을 극복할 수 있다며 야 3당이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러나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여권 추천 인사가 다수를 차지하게 되는 현행법을 바꿀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4 文대통령 방송 관련 공약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방송분야 핵심공약으로 ‘공영방송 개혁’을 내걸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해직 언론인 복직 등을 강조했다. 보수정권 10년 동안 방송의 공공성과 언론의 자유가 무너졌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문 대통령은 방송개혁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KBS·MBC 등 공영방송의 보도 및 제작과 경영을 분리하고, 이사회 구성을 기존 여야 간 7대 4에서 8대 7로 변경하는 방안 등을 주장했다. 또 2016년 세계 70위에 그쳤던 언론자유지수를 30위권으로 신장시키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이던 2017년 3월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MBC가 심하게 무너졌다고 생각한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공영방송을 장악해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정권의 방송을 만들어 공영방송이 다 망가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5 文정부 출범뒤 입장 변화

공영방송 관련법 개정안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 변화는 사장 선출과 직결되는 이사회 구성 방식이 여당에 불리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2016년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공영방송 관련 4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야당의 이사진 추천 비율을 늘리고 특별다수제를 적용해 야당의 동의 없이 공영방송 사장을 선출하는 것을 불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공영방송에 대한 야당의 영향력을 키운 셈이다. 하지만 정권 교체로 여당이 된 민주당으로서는 야당의 입김을 키우는 이들 법안을 고수할 이유가 사라졌다. 공영방송 사장 임명이 완료된 상황에서 이들 법 개정안이 4월 국회를 통과할 경우 부칙에 따라 시행 3개월 이내에 새로운 사장을 선출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문 대통령도 2017년 8월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방송법 개정안) 법안이 통과되면 소신 없는 사람이 (사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6 민주당 개정안 내용

민주당이 야당 시절 당론으로 내놓은 공영방송 관련법 개정안(박홍근 안)은 방송법 개정안,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 개정안 등 4개다. KBS와 MBC, EBS 등 3개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려다 보니 관련 법안이 늘었으나 핵심 내용은 사실상 하나로 통한다.

공영방송 이사를 여당 7명, 야당 6명이 추천해 13명으로 구성하고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사장을 임명하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그러나 지난 10일 기존 박홍근 안 대신 공영방송 사장을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선임하는 내용의 새로운 공영방송 개정안을 제안했다.

7 개정안에 대한 與野 입장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민주당이 야당 시절 당론으로 내놓은 박홍근 안을 원안 그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두 당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진정으로 방송 장악 의지가 없다면 박홍근 안을 즉각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당 등은 특히 박홍근 안 처리를 조건으로 4월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고 있다.

민주당은 박홍근 안에 대해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정부가 대리인 격인 낙하산 사장을 통해 방송을 장악하려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제출한 차악의 방안이었다”며 새로운 법안을 내놨으나 야당들은 이를 ‘방송장악을 위한 꼼수’라며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종 합의안 도출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8 KBS·MBC 사장 선출

KBS 사장은 방송법 제50조 2항에 따라 이사회(11명)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사회는 공모를 통해 사장 지원자를 접수하고 서류와 면접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자를 선정한다. 선정된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MBC 사장은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9명)가 방문진법에 따라 선임하고 MBC 주주총회를 통해 공식 임명한다. EBS 사장은 방송통신위원장이 방송통신위원회의 동의를 받아 임명한다.

여기서 논란의 핵심은 이사회의 인원과 구성이다. KBS 이사회는 여야의 추천을 받은 인사들로 구성된다. 여권 추천이 7명, 야권 추천이 4명이다. MBC 방문진 이사회는 여권 6명, 야권 3명으로 이뤄진다. EBS 사장을 정하는 방통위는 상임위원 5명 중 3명이 여권(대통령 2명, 여당 1명) 추천몫이다. 정부가 사장과 이사장을 사실상 입맛대로 내정할 수 있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9 이사회 비율 왜 논란 되나

공영방송 관련법 개정의 핵심 사안 중 하나는 KBS 이사회와 방문진의 이사진, 방통위원 구성 비율 변경이다. KBS 이사회와 방문진은 각각 KBS, MBC의 사장을 선출하는 기구다. 결국 각 기구를 장악하면 특정 정치색에 맞는 인사를 두 언론사의 사장으로 앉힐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셈이다. 현행법상 KBS이사회는 11명으로 이뤄지고 그 중 7명은 여당과 정부 추천 인사로 구성된다. 방문진 역시 여당과 정부에서 총원 9명 중 6명을 추천할 수 있다. 지난해 KBS, MBC 파업 기간 중 사장을 교체하기 위한 수순으로 각 노조와 시민단체 등에서 야권(구 여권) 이사들의 일터까지 찾아가 자진 사퇴 압박을 넣은 이유다. 그들의 사퇴 후 생긴 공석에 여권(전 야권) 추천 인사가 들어가면서 결국 양사의 사장이 바뀌게 됐다.

10 BBC 등 선진국 공영방송

영국 BBC와 일본 NHK, 독일 ZDF 등 선진국 공영방송사는 재적 이사의 3분의 2 이상이 특별다수제로 사장을 뽑는다. BBC는 실무전문가와 각 지역을 대표하는 13인으로 ‘BBC이사회’를 구성하며 NHK는 총리가 이사진을 추천하고, 국회가 동의하는 방식으로 이사회를 운영한다. 또 ZDF는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는 70여 명이 이사회에 참여하도록 법률로 정해놓았다. 이렇듯 선진국에서는 공영방송이 정치적으로 완벽하게 독립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 다양한 정치·사회집단을 참여시켜 적절한 견제와 균형을 이루고 있다. 정치적 성향이 강한 인물은 배제하고, 전문성 위주로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김구철·이은지·송유근 기자 kckim@munhwa.com
e-mail 김구철 기자 / 문화부 / 부장 김구철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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