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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Fifty+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13일(金)
돼지몰이·산가지놀이·흥부놀이… 소싯적 기억 살려~ 잘 노니까 잘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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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울산 북구 연암동 북구자원봉사센터에서 베이비 부머 봉사단체 ‘너나 우리단’이 ‘달팽이놀이’를 즐기며 활짝 웃고 있다.

전통놀이 전수하는 봉사단체 ‘너나 우리단’

윷놀이·투호 던지기·굴렁쇠 등
사라지기 전에 다음 세대에 전수

새 전통놀이 배울땐 시간도 훌쩍
머리·몸 함께 쓰니 치매예방 덤
전통놀이 1급 자격증 다수 소유

각급 단체 행사서도 놀이 시연
다문화가정에도 놀이 가르쳐줘


젊은 시절, 집 밖에서는 국가 경제발전을 위해 밤낮으로 뛰어다니고, 집안에서는 부모를 봉양하고, 자식 키우느라 한시도 쉴 틈이 없는 고달픈 삶을 살아온 터라 이제는 좀 쉬어도 되는 나이지만, 아직도 젊은층보다 더 바쁘고 의미 있게 사는 어르신들이 있다. 50∼70대 나이에도 사회 봉사활동을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울산 북구 베이비 부머(1955∼1963년생) 봉사단체 ‘너나 우리단’이 그 주인공이다.

▲  돼지몰이놀이
지난 9일 오전 울산 북구 연암동 북구자원봉사센터 2층 강당에서 봉사단체인 너나 우리단을 만났다. 이날은 이연홍(76) 회장을 비롯해 남녀 봉사 단원 20여 명이 전문 강사들로부터 우리 고유의 ‘전통놀이’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강사가 마룻바닥에 달팽이 모양의 테이프를 바르고, ‘달팽이놀이’를 가르치자 봉사단원들은 이내 “재미있겠다”며 곧잘 배워나갔다. 이어 강사의 설명에 따라 직접 놀이가 시작되자 20여 명의 봉사단원은 너나 할 것 없이 웃음꽃을 피우며 열심히 놀이를 배웠다. 곧바로 이어진 ‘돼지몰이’ 놀이에서는 스틱으로 돼지저금통을 몰고 결승점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흡사 운동회에 참석한 초등생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한 봉사단원은 “옛날에는 실제 돼지를 몰고 다닌 건데, 요즘은 돼지가 없으니 저금통으로 하네”라고 말해 한바탕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외에도 이들은 ‘흥부와 놀부놀이’ ‘컵 솔방울 알까기’ ‘산가지놀이’ 등 다양한 전통놀이를 배우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전통놀이를 배우고 경험하는 자리인 만큼, 경기마다 이기는 팀에게 박수를, 지는 팀에게 격려를 해주는 따뜻한 모습도 보였다. 총무 이선옥(여·56) 씨는 “오늘 배운 놀이 중 잘 모르는 것도 있었지만 실제 해보니 너무 재미있더라”며 “다들 열정적으로 배우고 있어 대단히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회원 황호자(78) 씨는 “평소 치매 예방 교육을 받고 있지만, 전통놀이를 하다 보면 머리도 쓰고 몸도 쓰다 보니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전통놀이를 하는 즐거움과 함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운동하는 의미도 함께 있어 더욱 좋다”고 즐거워했다.

이들 회원이 이처럼 전통놀이를 배우는 목적은 따로 있다. 더 늙기 전에 보다 많은 우리의 전통놀이를 젊은층과 시민들에게 전수해주는 것이다. 이들이 이날 배운 것도 다음에 지역 행사에서 많은 사람에게 가르쳐주기 위한 것이었다. 이미 이들 회원 중에는 상당수가 전통놀이 1급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고 다른 회원도 많은 놀이를 습득하고 있다. 이들이 지금까지 습득해서 가르치고 있는 전통놀이는 투호 던지기, 콩주머니 넣기, 제기 만들고 차기, 딱지 만들고 치기, 윷놀이, 공기 집기, 쌩쌩이 색칠하기, 바람개비 만들기, 굴렁쇠 굴리기, 팽이 돌리기, 비석 치기 등 20여 가지다. 50대 이상의 나이라면 대부분 한 번씩 해봤거나 들어봤음 직한 놀이지만, 어느 것 하나 재미없는 놀이가 없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전통놀이 행사를 한 뒤에는 제기, 윷놀이 등 다양한 전통놀이 기구를 무료로 전달, 전통놀이 보급에도 기여하고 있다.

2014년 결성돼 해마다 수차례에 걸쳐 전통놀이 전수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은 올해도 바쁜 나날을 보낼 계획이다. 우선 오는 5월 5일 울산 북구청 광장에서 열리는 어린이날 행사에 다양한 전통놀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어린이들에게 우리의 전통놀이를 가르침으로서 우리 전통의 소중함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안겨주겠다는 이유에서다. 또 6월로 예정된 농소2동 영화제는 물론이고, 9월 북구청 주관 사회복지자원봉사대회 행사 등 크고 작은 행사장에 전통놀이 기구를 들고 찾아갈 계획이다.

이들 회원은 대부분 봉사활동을 즐거움으로 여기고 있다. 김청자(여·76) 씨는 “평소에도 동네에서 다문화가정 자녀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는데, 이제 이들에게 한국의 전통놀이도 가르쳐 줄 것”이라며 “나이는 많지만 그래도 남들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순득(여·72) 씨는 “젊었을 때부터 봉사활동이 꿈이었는데, 가정사로 바빠서 하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워 이 봉사단에 들어왔다”며 “남을 위해 시간을 보낸다는 게 이렇게 좋은 일인 줄 미처 몰랐다”고 털어놨다.

너나 우리단의 왕성한 활동에는 또 다른 봉사단체의 재능기부가 한몫하고 있다. 울산의 봉사단체인 ‘아리아’는 평소에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전통놀이, 퐁선아트 등의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너나 우리단에 전통놀이를 가르치며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이날도 새로운 전통놀이를 가르치는 강사들은 아리아 봉사단 회원들이었다. 아리아 봉사단 소속 강사 김건수(49) 씨는 “너나 우리단은 전부 시니어들로 구성돼 있지만, 전통놀이를 배우려는 열정이 넘쳐나 전혀 힘이 들지 않는다”며 “봉사단체가 또 다른 봉사단체에 재능기부를 하는 선순환 구조가 마음을 즐겁게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강사로 나선 또 다른 아리아 회원 류지은(여·65) 씨도 “적은 나이도 아닌데 너나 우리단 단원들이 봉사활동을 위해 이렇게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니 너무 존경스럽다”며 “같은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자랑스럽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너나 우리단의 활성화에는 울산 북구자원봉사센터의 몫도 컸다. 북구자원봉사센터는 2014년 봉사단 결성 당시에도 전통놀이에 관심을 갖고, 북구지역 내 베이비 부머 중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집했다. 이후 북구자원봉사센터는 어렵사리 결성된 이 봉사단을 적극 지원하고, 모임과 활동을 활성화시켜 해마다 자원봉사 우수프로그램으로 선정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또 매년 100만∼150만 원씩을 지원하며 이 봉사단의 활동영역을 더욱 키워가고 있다.

이은주 북구자원봉사센터 교육코디네이터는 “비록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이 참여하는 봉사단이지만, 그 어느 봉사단체보다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모습이 감동적이다”며 “전통놀이 문화체험과 계승이라는 의미 있는 봉사단이 앞으로도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글·사진 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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