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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13일(金)
올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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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다녀왔다. 아내와 함께 해변 길과 산길을 마냥 걸었다. 이른바 ‘올레길’의 뚜벅이가 된 것이다. 제주의 풍광을 만끽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왜 이 길이 ‘올레길’인가 하는 자잘한 의문이 자꾸 들었다.

‘올레길’은 ‘올레’와 ‘길’이 결합된 합성 형태이다. ‘올레’는 큰길에서 집까지 이르는, 돌로 쌓은 좁고 긴 골목길을 가리킨다. 대문이 없는 가옥 구조에서 집과 큰길을 잇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 ‘올레’이다. ‘올레’가 ‘길’임을 분명히 보이기 위해 ‘길’을 덧붙인 어형이 ‘올레길’이다. 그런데 지금 ‘올레길’은 너무나 의미가 확장돼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다.

‘올레’는 ‘門(문)’을 뜻하는 중세국어 ‘오래’로까지 소급한다. ‘천자문(광주판)’(1575), ‘백련초해’(1576) 등에 ‘오래’가 한자 ‘門’의 새김으로 선택된 것을 보면, ‘오래’의 역사가 꽤 깊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같은 시기의 ‘훈몽자회’(1527)에는 ‘門’에 대한 새김이 ‘문’으로 대체돼 있어 ‘오래’가 이미 16세기에 세력을 잃고 단독으로는 거의 쓰이지 않았음을 추정할 수 있다. ‘오래’에 ‘문’이 덧붙은 ‘오래문’에서나 본래의 의미를 유지하고 있었다.

‘門’에 세력을 빼앗긴 ‘오래’는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으로 의미 변화의 길을 걷는다. ‘오래’가 근대국어 문헌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데, 그 의미 변화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일찍이 권덕규 선생이 ‘오래’에 ‘문’ ‘이웃 마을’ ‘宗中(종중)’의 의미가 있다고 기술한 것에서도 의미 변화의 일단을 확인할 수 있다.

‘표준국어대사전’(1999)은 ‘오래’를 ① ‘한 동네에서 몇 집이 한 골목이나 한 이웃으로 되어 사는 구역 안’ ② ‘거리에서 대문으로 통하는 좁은 길’로 기술하고 있다. ②가 제주말에 ‘올레’로 남아 있는 것이다. ‘올레’는 ‘오래’에 ‘ㄹ’이 첨가된 ‘올래’에서 제2음절의 모음 ‘ㅐ’가 ‘ㅔ’로 혼동돼 변한 어형이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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