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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13일(金)
Mr. Chai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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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사람 간의 관계는 호칭으로 결정된다. 어머니, 여보, 선생님, 선배, 자기…. 호칭이 불편하면 관계가 어색해진다. 나이는 훨씬 적은데 입사가 빠른 직원은 아무래도 부르기 애매하다. 일할 때는 선배로 부르겠지만, 술 한잔 걸치면 슬쩍 반말이 나온다. 관계가 껄끄러워지기 쉽다.

국가 정상 간 외교에서도 호칭이 중요하다. 대통령, 총리, 외교장관 등 직위가 확실하면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부르기 애매한 직함들이 있다. 특히 사회주의에서 선호하는 주석, 위원장 같은 직책들이 그렇다.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을 국제사회는 ‘Chairman’으로 표기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미국은 중국 주석을 ‘President’로 표기하기 시작했다. 미 대통령에게 맞춘 것이라고 한다. 북한 김일성도 국가주석으로서 President, 노동당 위원장으로서 Chairman 표기가 왔다 갔다 했다.

김정일은 국방위원장이었기 때문에 Chairman으로 통일됐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뒤 미·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던 빌 클린턴 대통령은 김정일에게 서한을 보내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지도자 김정일 각하(His Excellency Kim Jong Il, Supreme Leader of the DPRK)’라고 예우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김정일에게 보낸 서한의 첫머리를 Dear Mr. Chairman으로 시작했다. 북한은 이것을 ‘친애하는 위원장 선생’이라고 번역해 나라 안팎에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김정일에게 적대적이었던 부시 대통령이 수그리고 들어온 듯한 건데, 그나마 Dear를 ‘경애하는’이라고 번역하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 정부는 김정은을 국무위원장으로 부르기로 했다. 함께 올지 모르는 리설주에 대해서도 ‘여사’라는 경칭을 쓰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미·북 정상회담을 앞둔 미국은 김정은을 Chairman으로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 국무위원장이냐, 노동당 위원장이냐를 따지지 않고, 그저 김정일을 Chairman으로 불렀듯이 김정은도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는 것이다.

일단 미·북 정상이 처음 만나 악수할 때 호칭을 부르며 인사는 할 수 있게 됐다. 회담 뒤가 문제다. 잘 되면 계속 Mr. President와 Mr. Chairman으로 남겠지만, 회담이 결렬되면 다시 ‘노망난 늙은이(dotard)’와 ‘작은 로켓맨(little rocketman)’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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