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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13일(金)
김기식의 ‘春風秋霜’ 능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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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사회부 부장

“이건 명백히 로비고 접대지요. 지원을 받으려고 하는 기업과 그것을 심사하는 직원의 관계에서 이렇게 기업의 돈으로 출장 가서 자고, 밥 먹고, 체재비 지원받는 거, 이것 정당합니까?”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비판하는 말이 아니다. 2014년 10월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정책금융공사 국정감사장에서 김기식 의원이 직원들의 로비성 출장 의혹을 맹렬히 질타하는 소리다. 김 의원이 정무위 피감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한국거래소(KRX), 우리은행의 자금 지원으로 보좌관 또는 여성 인턴직원을 데리고 우즈베키스탄, 중국·인도, 미국·유럽 등 세 차례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김기식 금감원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 특히, 그의 뇌물성 외유는 참여연대 최고위 간부와 국회의원 시절 추상같은 기세로 대기업과 피감기관을 잡도리하던 모습과 배치(背馳)돼 여론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9박 10일 동안 미국 워싱턴 DC, 벨기에 브뤼셀, 이탈리아 로마, 스위스 제네바 등의 관광지를 누빈 일정에 대해 그는 공무라고 강변하지만, KIEP의 출장보고서엔 ‘김 의원을 위한 의전 성격’이라고 적혀 있다. 로비성 외유라는 뜻이다. 여성 인턴의 비용까지 3077만 원을 KIEP가 부담한 미국·유럽 출장 동안 그는 브뤼셀 워털루 전쟁기념관, 로마 콜로세움과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을 관광했고, 제네바에선 인근 프랑스의 샤모니몽블랑에 올랐다. 그는 또 19대 국회 임기 마지막 해 5개월 동안 3억7254만 원의 정치후원금을 독일·네덜란드·스웨덴 출장, 보좌진퇴직금, 동료의원 후원금, 자신이 나중에 소장이 된 더미래연구소 기부 등으로 ‘땡처리’하고 400만 원만 남겼다.

청와대와 여당이 국회의 관행이었다며 방어막을 치는데도 여론이 악화하는 건 김 원장의 심각한 ‘내로남불’식 이중성 때문으로 보인다. ‘김영란법’ 발의를 주도한 그는 2015년 3월 법 제안 설명을 하면서 “우리의 오랜 잘못된 로비, 접대문화를 근절하고 보다 투명하고 맑은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라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랬던 그가 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지 두 달 만에 우리은행과 KIEP 비용으로 각각 중국·인도, 미국·유럽으로 외유길에 올랐다. 그 이율배반을 인식하지 않았다면 그는 이중인격이거나 선민의식의 보유자다.

더 심각한 건 이런 사람을 ‘금융검찰’ 수장에 문제없다고 인사 검증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국민 눈높이엔 맞지 않지만, 법적으로 문제없다’며 버티는 문재인 대통령의 처신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2월 각 비서관실에 고 신영복 선생의 ‘춘풍추상(春風秋霜)’ 글씨 액자를 선물했다. 채근담에 나오는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의 줄인 말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과 같이 부드럽게 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정권 사람들은 남에겐 추상같고, 자기들끼린 한없이 부드럽다. 여권의 이런 오만함은 70%를 넘나드는 대통령의 지지율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콘크리트 같은 대통령 지지율도 여론에 귀 막고 독선·독주를 하나둘 쌓아가다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걸 여럿 봤다.

sdgim@
e-mail 김세동 기자 / 사회부 / 부장 김세동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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