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 “성희롱 사건 피해자측서 판단을”

가해교수 해임취소 판결 파기
성희롱 소송 판단기준 첫 제시

‘미투(Me Too)’ 운동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이 ‘성인지 감수성’(남성 중심 문화에서 벗어난 성 관념)이 결여된 항소심 판단을 파기하며 성희롱 소송의 심리·증거 판단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우리 사회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성희롱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판단해야 한다는 판례를 구축했다.

대법원은 또 “성희롱 피해자의 2차 피해 등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히며 성희롱 피해자의 입장에 선 판결을 할 것을 법관들에게 주문했다. 이 같은 사법부의 판단으로 법원·수사기관 내부의 성희롱 사건 처리 기준 변화에 더해 우리 사회 전반의 양성평등 의식 확립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지방의 한 대학 교수 A 씨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해임 결정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패소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A 씨는 수업 중 질문을 한 여학생을 뒤에서 안는 듯한 ‘백허그’ 자세를 취하면서 답을 하고, 학과 엠티(MT)에서 자는 여학생의 볼에 입을 맞추는 등 3명의 여학생을 상대로 14건의 성희롱을 한 혐의로 2015년 4월 해임됐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