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反사드 해방구, 정부 존재이유 허문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헌법학

우리들의 아들, 손자도 포함됐을 경북 성주 사드(THAAD) 기지의 한·미 장병 약 400명의 숙소 지붕 방수, 열악한 화장실과 오·폐수 처리시설 개선을 위한 자재 등의 반입이 12일 사드 반대 단체의 불법적인 물리적 저지로 좌절됐다. 시위대는 150명, 경찰 인력은 4000명이었다.

국민의 공론화 과정에 따른 원전 반대 정책의 결정과 평행선상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사드 반대 원칙이 “사드 뽑고 평화 심자”는 반대 단체의 과격 불법시위로 국가 방위용 자재 등의 반입이 저지돼도 괜찮은지 여부의 질문이 제기된다. 시위대는 자축까지 했다고 전해진다. 국민의 시위의 자유는 어디까지 정당화되느냐? 국민이 불법의 자유나 권리를 가질 수 없음은 분명하다. 더구나 국가의 안위를 해하는 자유나 권리는 없다.

반대 단체의 강경 저지(즉 시위)가 정당한지 불법인지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경찰의 강경 경호가 정당한지 불법인지에도 달렸다. 경찰의 대응이 불법이라면 반대 단체의 강경 저지는 정당방위의 법리에 따라 정당화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의 행위가 정당한 법 집행인 만큼 일고의 여지도 없이 시위대의 강경 대응은 불법이며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한다.

그런데 경찰은 경호업무 수행, 즉 법 집행을 관철하지도, 시위자에 대한 공무집행방해죄의 입건도 하지 않았다. 이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죄에 해당한다. 외적을 막고 도둑을 잡는 것이 국가의 최소한의 존재 이유가 아닌가? 그래서 북핵을 머리에 이고 있는 자유 대한민국으로서 나라의 안전보장이 달려 있는 경호업무, 수사업무 등 법 집행은 국군의 존재와 함께 경찰이 존재하는 이유다.

사드 배치 여부의 문제가 대한민국의 주권 사항이라는 점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다만, 그 배치가 외교 정책상 유리한지 어떠한지의 문제에 관해서 의견이 갈릴 수는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이 고고도 운반 수단과 함께 완성 단계에 이른 이 시점에서는 거의 유일의 방어수단인 사드의 배치에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그것이 현 정부도 사드 배치를 받아들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외교상 다툼의 여지를 두고 있는 추가 배치에까지 이르지는 않더라도 기왕에 결정된 성주 사드의 기지화를 꺼려 아직도 임시 막사를 쓰고 헬리콥터로 필요 장비·물품 등을 공급받게 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곧, 핵 폐기를 위한 정상회담들이 기다리고 있다 하더라도 면책되지 않는다. 청와대 눈치 봐 가며 경찰이 법의 집행을 저울질하고 사드 시위대는 합법·불법 물불을 가리지 않고 국가 안위를 저해하는 불법을 자행케 만든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사드 배치는 핵탄두 미사일을 무력화시킨다는 점에서 북핵 폐기를 유도하기 위한 여러 유력한 바게닝 칩 가운데 하나이기도 한데.

정치에 의해 좌우되는 법은 그 속성상 이미 법이라고 할 수 없다. 법치주의 국가의 법이 그러하다. 법치주의(the Rule of Law)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와 함께 대한민국의 정체성(identity)을 형성한다. 법은 법의 적용·판단(사법) 단계에서뿐만 아니라, 제정(입법)이나 집행(행정) 단계에서도 정치로부터 독립돼야 한다. 법이 아닌 것을 정치로 법이라 우길 순 없다. 국방과 법이 정치에 놀아나는 나라를 자유민주주의 주권국가라고 할 수 있겠는가? 북한, 중국과 같은 공산국가에서는 정치가 법을 결정한다(당영도주의). 그러한 나라에서는 법은 정치의 수단일 뿐이다(the Rule by La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