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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역사 속 ‘사랑과 운명’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16일(月)
옥살이 남편 死刑 소문에 아내 자결… 풀려난 남편 평생 눈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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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사가 신지도에서 귀양살이를 하고 있을 때 신한평이 그린 ‘이광사 초상’(1774, 보물 제1486호). 자세와 표정에서 다소 침통한 분위기가 드러난다. 국립중앙박물관

조선 을해옥사 연루 이광사
유배지서 부인 향한 그리움
시·제문속에 고스란히 남겨


5월 4일 부인의 생일, 해마다 이날이면 창이 환해지기도 전에 아들과 며느리, 조카고 딸이며 모두 집으로 와 새벽에 생일 축하 인사를 했다. 이광사(李匡師·1705~1777) 역시 일찍 일어나 부인에게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음식들을 차려 가족과 함께 좋은 날을 즐기자고 이야기를 건넸다. 부인 문화유씨(文化柳氏)가 웃으며, “내가 뭐 귀한 몸이라고 생일 때마다 번거롭게 그래요?”라고 하면, 이광사는 “아들 둘 장가 들였겠다, 집안의 마님이 되었는데, 부인이 귀하지 않다면 무엇이 귀하겠소”라는 소소한 농담을 나누며 서로 웃었다.

부인의 친정에서는 쪽빛 보 아래에 뜨거운 김이 솟아오르는 떡을 보내왔고 국수장국에 꿩, 고기, 생선까지 많은 음식이 차려졌다. 이광사가 장난삼아 “오늘 태어난 이가 어찌 이다지도 갑자기 웃고 말하며, 이리 금방 키가 컸으며, 젖을 먹지 않고 밥을 먹으며, 게다가 마음까지 어이 이리도 성숙한가!”라며 부인에게 애정 어린 농담을 건네면, 함께 모인 가족들은 모두 웃으며 행복한 식사를 나누었다.

이광사의 생일은 온갖 곡식과 과일이 풍성한 8월 그믐이라 아내가 아침저녁으로 별미를 장만해 상을 차렸다. 그러나 그는 일찍 여읜 부모를 생각하며 음식을 입술에 대지도 않았다. 부인은 음식을 들라 권하였지만 이광사는 끝내 들지 않아 부인은 섭섭해 울상이 되었다. 부인의 올해 생일을 맞아 지은 글에서 이광사는 그때 그 음식을 맛있게 먹어 부인이 기뻐하는 얼굴을 보지 못했던 것을 자책했다. 이광사는 더 이상 부인이 해준 음식을 먹을 수 없고, 부인이 지어준 옷을 입을 수 없었다.

이광사는 1755년(영조 31) 을해옥사(乙亥獄事)에 연루돼 옥에 갇히게 되었다. 당시 3년이나 폐병에 걸려 고생하고 있었던 유씨부인은 남편이 살아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여겨 식음을 전폐하였다. “이 양반이 이러한 지경에 들었으니 어찌 살아날 리가 있겠는가? 이미 살아날 수 없다면 내 어찌 구차히 살기를 기다리겠는가? 그러나 내가 우리 아버지께서 아끼고 길러주신 것을 생각하니 차마 칼로 남겨주신 이 몸을 해칠 수 없다. 남자는 이레 동안 먹지 않으면 죽고 여자는 여드레 동안 굶으면 죽는다고 하니, 여드레가 내가 이 세상에 머물 기한이다.”

유씨부인은 엿새 동안 한 모금의 물도 마시지 않았는데 갑자기 남편에게 사형을 집행할 것이라는 소문을 듣게 되었다. 이에 남편을 먼저 보낼 수 없다고 하여 자결하였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소문이었다. 유종원(柳宗垣)의 딸인 유씨부인은 이광사의 둘째 부인으로, 집안 살림에 관심 없는 이광사를 잘 보필하며 현명하게 집안을 유지하였다. 자신으로 인해 아내가 죽었으나, 자신의 손으로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이광사의 절절한 심정은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이광사는 후에 함경도 부령(富寧)에 유배되었다. 1762년(영조 38) 부령에서 아이들을 모아 가르친 것이 문제가 돼 전라남도 신지도(薪智島)로 옮겨져 그곳에서 생을 마쳤다. 그는 부인을 향한 그리움을 여러 시와 제문(祭文)에 고스란히 그려내었다. 유배지에 아들이 문안왔을 때 친척들의 편지가 책상에 한가득인데 부인의 글씨는 단 한 글자도 찾아볼 수 없고, 자신이 쓴 답장도 여러 통이지만 부인에게 부칠 반 마디도 없음을 슬퍼하였다.

하은미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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