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비의 도장 ‘내교인’ 2점 출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서 새롭게 출토된 내교인 2과. 손잡이는 충견의 모습이며 정사각형 도장에 각기 ‘內敎(내교)’라는 글자가 전서체(篆書體)로 새겨져 있다. 문화재청 제공

왕실재산 지출때 사용
종로구 서촌서 발굴
손잡이 동물 충견 닮아

왕실재산 관리를 위한 지출 물품 액수, 물목장부 등을 확인하는 ‘왕비의 도장’이 내교인(內敎印)이었다. 이를테면 왕실의 안주인이 지녔던 곳간 열쇠였다. 그러나 내교인은 임금과 왕세자가 궁궐을 비우고 행재소에 행차했을 때 ‘제2의 국새(國璽)’ 역할을 했다.

조선시대에도 왕은 ‘핵가방’처럼 국새를 들고 다녔다. 따라서 변란이 생겼을 때 이를 막도록 명령을 내릴 국새가 궐내에 있을 리 없었다. 이때 국새를 대신한 것이 ‘내교인’이었다. 비록 그런 전례가 남아있지는 않지만 조선시대 승정원에서 소관 사무에 대한 사례·규식 등을 정리해 편찬한 책 은대편고(銀臺便攷)에는 그 내용이 상세히 담겨 있다.

문화재청(청장 김종진)은 지난 1월 16일부터 (재)수도문물연구원(원장 오경택)이 발굴조사 중인 ‘서울 종로구 통의동 70번지(서촌) 유적’에서 조선 시대 왕비의 인장인 내교인 2과(顆, 내교인 1과, 소내교인 1과)가 출토됐다고 16일 밝혔다. 이번에 출토된 내교인은 가로·세로 각 4㎝, 높이 5.5㎝이며, 소내교인은 가로·세로 각 2㎝에 높이가 2.9㎝다. 두 점은 모양새가 거의 같다. 정사각형 도장에 ‘내교’라는 글자를 전서체(篆書體·중국 진시황이 제정한 서체로 도장에 많이 사용함)로 새기고, 그 위에 앞다리는 펴고 뒷다리는 구부린 동물 조각 손잡이를 얹었다. 수도문물연구원 측은 “손잡이 동물은 집이나 곳간을 지키는 충견(忠犬)을 본떠 만든 것으로 짐작된다”며 “위로 솟은 꼬리와 목까지 늘어진 귀에는 세밀한 선이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내교인은 조선왕실 유물을 관리·연구하는 국립고궁박물관에 두 점이 있으나, 발굴조사 중 출토된 사례는 처음이라고 조사단은 강조했다. 국립고궁박물관에는 동으로 만든 가로·세로 각 4.2㎝인 내교인과 가로·세로 각 1.9㎝인 소내교인이 있다. 사자를 연상시키지만 역시 개를 형상화한 두 도장의 손잡이도 이번 것과 형태가 흡사하다. 도장과 이를 보관하는 흑통(黑筒)이 남아 있다.

한편 이번에 출토된 내교인은 대한제국 궁내부를 통해 전해진 고궁박물관의 내교인보다 앞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손환일 대전대 서화문화연구소 연구원은 “고궁박물관 것은 고종말년이나 순종 때 사용된 것이지만 이번에 발굴된 내교인은 거칠고 정교하지 못한 형상 등으로 볼 때 1841년 은대편고가 편찬될 때 만들어진 것으로 보여 조선 시대 후기왕실의 인장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