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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16일(月)
최불암 25년 만의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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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한국 TV 드라마 중에 가장 장수한 프로그램은 MBC의 ‘전원(田園)일기’다. 1980년 10월 21일 시작해, 2002년 12월 29일 1088회로 막을 내렸다. ‘양촌리 김민재 회장’ 역을 맡았던 탤런트 최불암(79)은 이 연속극을 통해 ‘국민 아버지’로 일컬어졌다. “마흔 나이에 예순다섯 살 농부 연기를 어떻게 할지 처음엔 막막했다”며, 그는 이렇게 회고한 적이 있다. “질박한 토기 같은 농부 연기로 나는 과분한 호칭을 얻었다. 그러는 동안에 나는 그가 되었고, 그가 곧 내가 되기도 했다. 강직하면서도 지극히 부드럽고 연민이 있는 아버지의 모습은 내 가슴속에, 그리고 많은 시청자의 뇌리에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다.”

최불암 연기가 돋보여 더 감동적이었던 드라마는 이 밖에도 많다. 1971년부터 1989년까지 880회 방송된 ‘수사반장’도 그중 하나다. 그가 41세에 ‘제1공화국’에서 연기한 ‘80세 이승만 전 대통령’은 그 후에 같은 역을 맡은 다른 배우들이 ‘이승만 역의 최불암을 연기한다’는 말까지 나오게 했다. 1959년 연극 ‘햄릿’ 주인공을 맡은 뒤로 연극배우로 활동했던 그는 1967년 ‘수양대군’을 통해 탤런트로 데뷔한 이래 ‘살아 있는 연기의 전설’로도 불려왔다. 삶과 연기 역정(歷程)에 대한 그의 구술을 정리해 샘터사에서 2007년 펴낸 자서전 ‘인생은 연극이고 인간은 배우라는 오래된 대사에 관하여’에는 이런 대목도 있다. ‘연기자의 길을 걸어오는 동안 어디서 누구를 만나든 사람들은 나를 반겨주었다. 이번에는 내가 그들에게 갈채와 성원을 보낼 차례다. 그들은 스스로 관객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와 같은 무대 위에서 주연·조연·단역의 구분 없이 적역(適役)을 맡아 열연을 펼치는 생(生)의 배우들이다.’

2014년 드라마 ‘기분 좋은 날’을 끝으로 연기 활동을 중단한 그가 오는 18일부터 5월 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연극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 무대에 선다. 1993년 ‘어느 아버지의 죽음’ 후 25년 만의 연극 출연이다.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현실은 아프다. 하지만 사람은 저마다 빛을 가진 별이다. 그 별들이 모여 우주가 된다. 때론 보잘것없다고도 느끼는 자신의 삶이 곧 우주다. 이를 일깨우는 작품 연기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에 기여하고 싶었다.” 그가 왜 ‘국민 아버지’로 불리는지, 새삼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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