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석방”… 카탈루냐 35만명 시위

구속·해외 떠도는 지도자 16명
스페인 大法 석방 불허로 촉발
“의도적으로 수반 선출 방해”

내달 22일까지 자치정부 실패땐
다시 총선…분리독립 장담 못해

스페인 카탈루냐 분리·독립 지지자 35만 명이 15일 카탈루냐 지도자들의 석방과 귀환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여 카탈루냐 분리·독립을 둘러싼 대립이 2라운드를 맞고 있다. 스페인 당국이 카탈루냐를 이끌 자치정부 수반의 후보들을 잇달아 체포, 구금한 데 따른 것으로, 자치 지도자를 선출해 분리·독립 운동을 계속하려는 카탈루냐와 이를 저지하려는 스페인 당국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약 35만 명의 시위대가 이날 바르셀로나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이날 시위대의 규모를 31만5000명으로 추산한 반면 주최 측은 75만 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시위대는 카탈루냐를 상징하는 노란색 옷을 입고 카탈루냐 독립 깃발인 에스텔라다를 든 채 “권리와 자유, 민주주의와 화합을 달라”고 외쳤다. 또 스페인 당국에 의해 기소되거나 해외를 떠돌고 있는 카탈루냐 지도자 16명의 석방 및 귀환을 요구했다.

현재 독일에 머물고 있는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오늘 시위는 위대한 민주적 시위”라며 “우리는 두려움 없이 평화롭고 자유롭게 살기를 원하는 유럽의 시민”이라고 말했다. 푸지데몬 전 수반의 대변인 엘사 아르타디는 “우리는 분리·독립 운동이 거의 끝났다고 여기는 이들에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며 “200만 카탈루냐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16명 지도자가 감옥에 있거나 외국에 있는 상황을 바꾸기 위해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시위는 특히 지난 12일 스페인 대법원이 카탈루냐 정부 수반 후보인 조르디 산체스의 임시석방을 불허하면서 촉발됐다. 카탈루냐 의회는 13일 산체스 후보를 의회에 출석시켜 그를 자치정부 수반으로 임명할 예정이었지만 대법원의 결정으로 무산된 상태다. 반역 혐의로 기소된 산체스는 6개월째 구금 중이다. 이에 카탈루냐 분리·독립 지지자들은 “스페인 중앙정부가 의도적으로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 선출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카탈루냐는 지난해 10월 투표를 통해 분리·독립을 선언한 뒤 새 자치정부 수반을 세우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푸지데몬 전 수반과 산체스를 비롯한 다수의 지도자가 반역 혐의로 구금돼 있거나 해외를 떠돌고 있는 상태다. 카탈루냐 의회는 오는 5월 22일까지 자치정부를 수립하지 못하면 또다시 총선을 치러야 한다. 지난해 12월 총선에선 분리·독립파가 의석 과반을 차지했지만 다시 총선을 치를 경우 결과는 알 수 없다. 카탈루냐 여론조사 연구센터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48.7%였던 분리·독립 지지 의견이 지난 2월 40.8%로 감소했다. 스페인 당국은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선언을 불법으로 판결, 카탈루냐 자치정부 해산을 선언하고 직접 통치에 나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