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오버’하는 과기부

大法선 ‘자료 공개와 기업 이익’ 고민한 판결 내렸는데
과기부는 통신비인하 압박 기회로 여겨 이통사 옥죄기

업계 “통신비인하 요구에 앞서 기업할 자유 폭넓게 보장해야”

휴대전화 요금 원가 자료 일부를 공개하라는 대법원 선고가 ‘기업의 이익 침해 우려’에 대한 신중한 고려를 전제로 나왔음에도,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원가 자료 공개에 더해 통신비 경감 방침까지 밝힌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원가 자료 공개와 통신비 인하를 한 세트로 묶어 얘기하는 것은 사법부 판결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오버’라는 지적이다. 과기정통부가 향후 판결문 한 장 들고 통신비 경감을 위해 이동통신사들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상황을 벌어질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16일 법조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기업의 원가 공개와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공익을 강조하며 원가 공개 결정을 내렸지만, ‘기업의 정당한 이익 침해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자료의 사전 공개 여부 △공개 대상 자료의 성격 △공개 시점의 적절성 등을 면밀하게 심리했다. 이 같은 기준을 근거로 판단한 결과, 2005년부터 2011년까지의 2G·3G 서비스에 한정해 원가자료를 공개하라고 판단했다. 바꿔 말하면, 다른 사안인 2011년 이후 롱텀에볼루션(LTE) 요금 원가 공개와 관련한 소송이 제기되면 사법부 판단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 선고를 들은 과기정통부는 즉시 반색했다. 과기정통부는 판결이 있었던 12일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유사한 정보공개 청구 시 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통신비 경감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공개 적절성 논란이 있는 2011년 이후 LTE 요금 원가 자료도 청구만 하면 공개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시민단체 등에 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아울러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정보를 공개하라”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서 한발 더 나아가 휴대전화 요금까지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통사들은 내부적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기업 활동의 핵심인 ‘가격 결정권’을 즉각 제한할 수 있는 원가 공개에 극히 신중해야 한다는 판결 취지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보공개에 따른 부작용은 없는지 등을 ‘법 절차’에 따라 면밀하게 따지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며 “통신비 인하 요구도 있을 수 있지만, 동시에 기업 할 자유도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