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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17일(火)
해외 名作 오페라, 우리 삶으로 들어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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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오페라단이 푸치니 탄생 16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투란도트’의 배경은 원작의 중국풍을 뺀 미래의 서울이다. 서울복합화력발전소를 모티브로 해 만들어진 미래 가상공간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서울시오페라단 제공

한국배경으로 개작… 잇단 무대

당인리발전소 모티브 ‘투란도트’
산업화 상징 복합화력발전소
사랑 상실하고 공허해진 도시
현대인에 인간성 회복 메시지

광화문역 배경 ‘오르페오와…’
驛플랫폼서 일어나는 이야기들
지하철 사고로 죽은 樂師 아내
일상속 소시민의 모습 등 담아


해외 궁정문화, 귀족들의 사랑이야기로 일색이었던 오페라들이 우리 삶의 무대로 성큼 들어왔다. 1990년대 이후 해외 오페라극장에서 레지테아터(연출가가 극의 배경·분위기·결말 등을 바꿔놓는 것)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가운데, 올해 오페라 탄생 70주년을 맞는 한국에서도 이러한 경향을 수용한 오페라들이 무대에 오르고 있는 것. 400년 넘게 비슷한 작품을 선보이던 유럽 극장들이 변화의 선두에 섰다면, 상대적으로 오페라 역사가 짧은 한국에서는 2000년대 이후 오페라 연출가 그룹이 활발하게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작품의 배경과 상황을 한국적으로 바꾸는 노력도 조심스럽게 시도됐다. “이제는 형식적 차원의 변화를 넘어 작품의 본질을 현시대 한국 사회로 끌어당기려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이 서울시오페라단 이경재 단장의 설명이다.

4월 26∼29일 서울시오페라단이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하는 ‘투란도트’는 좋은 예다. 푸치니가 서양인의 눈으로 본 동양 판타지에 기초해 작품을 썼다면, 서울시오페라단은 한국의 역사가 응축된 서울 마포구 서울복합화력발전소(옛 당인리 발전소)를 모티브로 해 구상한 미래의 시공간을 배경으로 했다. 장수동 연출가는 서울복합화력발전소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한국 산업화의 상징이었다가 환경오염 주범으로 지목돼 기능을 잃은 이곳은 한국사회의 과거부터 미래까지 전부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기계문명이 파괴되면서 빙하가 된 이곳에 도착한 칼라프 왕자는 공주 투란도트를 만나 세 가지 질문을 풀어가며 희망과 사랑의 출구를 찾아 나간다. 이 단장은 “사랑을 상실하고 공허해진 미래 도시와 국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통해서야 회복하는 인간 등 현대인들을 겨냥한 메시지도 담아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장 연출가는 “국내 오페라계에서 처음 시도되는 해석이지만, 논란이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며 “그동안 국내 오페라는 가수 중심의 무난한 것들만 무대에 올려왔다면, 이제는 작품 중심으로 전환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  광화문역의 이야기로 탈바꿈한 서울오페라앙상블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서울오페라앙상블 제공

‘2018 대한민국 오페라페스티벌’의 참가작인 서울오페라앙상블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도 작품 배경을 서울로 옮겼다. 5월 4∼6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은 그리스 신화 속 이야기를 이 시대 광화문역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로 재탄생시켰다. 원작에서 뱀에게 물려 죽었던 에우리디체는 지하철 사고로 사망했다. 광화문역사에 있는 거리의 악사 오르페오는 아내를 찾기 위해 저승으로 향한다.

2010년 초연된 후 대극장용으로는 처음 선보이는 이번 작품에 참여한 김재희 연출가는 “광화문역이 많은 사람이 밀집하는 장소로서 상징성이 있기도 하지만, ‘광(光)’자 자체가 어둠(죽음)을 물리치는 빛(생명)을 의미하기도 해 작품 내용과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소개했다. 원작의 주제는 유지하되, 배경을 현대의 광화문으로 가지고 오면서 끊임없이 달리는 지하철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 매일 죽고 살아나는 과정을 거치는 한국사회 소시민의 모습 등을 작품 속에 녹여내고자 했다. 그는 “오페라 속에서 지하철에서 들리는 경적, 그리고 사고 후에 이어지는 13초간의 침묵 등 다양한 음향효과를 통해 무대 위에 구현되는 시공간의 현실성을 높이려 했다”고 설명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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