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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17일(火)
흐지부지 ‘댓글 수사’ 문제 더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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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보도된 ‘드루킹’의 인터넷 여론 조작 사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 특정인이 혼자서 은밀히 저지른 일이 아니라, 파주 출판단지에 대형 사무실을 차려 놓고 많은 사람이 동원돼 인터넷 댓글 및 공감 조작을 했다니 더욱 충격적이다. 게다가 드루킹이 더불어민주당의 당원이라는 사실은 더 큰 충격을 준다. 민주당은 이 사건을 개인의 일탈 문제로 치부하고 드루킹을 당에서 제명하는 것으로 선을 그으려 한다. 김경수 의원 역시 이 사건과 자신은 무관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드루킹의 평소 행적을 살펴보면 민주당과 김 의원의 해명에도 강한 의혹이 남을 수밖에 없다. 적어도 드루킹이 자신의 블로그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게시한 글들이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 형성에 기여했음을 부정하긴 어렵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걸림돌이 됐던 후보들에 대해 거침없는 가짜 뉴스를 생산해 냈던 것도 사실이다.

김 의원은 드루킹을 지난 대선 경선 전 그가 찾아와서 만났다고 했다. 당선이 가장 유력했던 후보의 대선 캠프 실세가 아무나 선뜻 만나지 않는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일방적으로 찾아왔든 사전에 약속을 하고 왔든 드루킹과 김 의원이 직접 만났다는 것은 확인된 사실이다. 또한, 드루킹은 자신의 블로그에 “대선 승리는 일반 시민의 자발적 역량으로 이긴 게 아니다”면서 “훨씬 정교한 준비를 우리 진영에서 오래전부터 진행해 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 말의 진실 여부를 떠나 인터넷 여론 조작을 통한 대선 관여가 광범위하게 시도됐음은 분명하다.

민주당은 드루킹이 일본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사실을 부각시켜 이번 일을 과대망상증 환자의 보복 해프닝쯤으로 몰아가려 하고 있다. 과대망상증 환자의 해프닝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올린 가짜뉴스와 조작된 댓글에 반사적 이익을 얻은 자와 엄청난 피해를 본 자가 분명 존재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가 페이스북에 ‘2017년 대선 댓글 부대 진짜 배후가 누군지 알아. 진짜 까줄까’라고 올린 글도 과대망상증 환자의 헛소리로 치부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다.

경찰의 수사 과정은 이러한 의혹을 더욱 증폭시킨다. 경찰은 이번 인터넷 여론 조작 사건을 장기간 수사한 뒤 지난달 30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2주일이 지나서야 사건의 일부가 겨우 알려졌다. 적극적인 수사는커녕 축소 수사나 민감한 부분을 은폐하려 한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경찰은 범인들이 여당 권리 당원임을 확인하고도 ‘배후’에 대한 추적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김경수 의원 등 관련 내용을 뒤늦게 확인했을 뿐 고의로 누락한 게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을 덮기엔 부족하다.

경찰은 물론 검찰도 김 의원에 대한 수사를 고려하지 않는 듯하다. 민주당은 국가정보원, 사이버사령부 댓글 조작 사건 당시 “댓글 조작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용납할 수 없는 중범죄로서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주장한 바 있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개인의 일탈 문제로 매듭지으려는 태도를 버리고 국민의 의혹이 완전히 해소될 수 있도록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동의하는 게 마땅하다. 그래야 ‘내로남불’ 의혹과 비난을 피할 수 있다. 일단 검찰의 수사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더욱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 및 국정조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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