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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18일(水)
매대에 이름·연락처 표찰 붙이고 ‘1人 1노점·본인운영’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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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시민들이 노점실명제가 시행돼 훨씬 깔끔하고 깨끗해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의 노점을 지나가고 있다. 왼쪽 아래 작은 사진은 노점 운영자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사진과 점용 위치 등이 새겨진 도로점용허가증. 김선규 기자 ufokim@

- 명동·남대문시장 시행 ‘노점실명제’

자릿세 사라지고 步道 쾌적…‘음식 판매는 不法’ 해결은 숙제

외국관광객 몰리는 서울 중구
2014년부터 본격 추진 ‘성과’
區內 노점 60%인 929곳 시행

1년 단위도로점용 허가 주고
위생·청소 등 관리 의무 부과
가격표시제·카드결제도 추진


평소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을 자주 지나다니는 이모(50) 씨는 최근 부쩍 깔끔해진 거리 모습에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회사 일 때문에 롯데백화점이 있는 소공동 쪽을 자주 들르는 이 씨는 “예전에는 노점들이 인도에 제멋대로 물건을 내놓아 걸어 다니기 불편했는데 두 달 전부터 거짓말처럼 사라졌다”며 “깔끔한 거리가 마음까지 밝게 한다”고 말했다. 무엇이 이 씨의 발걸음과 마음을 가볍고 밝게 만든 것일까. 바로 중구가 2개월여 전부터 롯데백화점 앞 노점 13곳을 대상으로 시행한 ‘노점실명제’ 덕분이다. 중구는 2016년 명동에서 서울 자치구 최초이자 유일하게 노점실명제를 실시했고, 지난해 3월에는 남대문시장 등지에서 실시한 데 이어 가장 최근인 지난 2월에는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 노점실명제를 도입했다. 중구는 앞으로 남대문시장 외곽이나 동대문패션타운 굿모닝시티 주변 등으로 노점실명제를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1인 1노점-본인 운영’ 원칙 지켜야 = 노점실명제는 그동안 불법 영역에 있던 노점을 법질서 테두리 안으로 편입한 제도다. 일정 기간 도로점용허가를 주면서 안전, 위생, 청소 등 관리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1인 1노점만 허용되며 반드시 본인이 운영해야 한다. 이를 통해 노점 난립과 임대·매매를 근절해 기업형 노점은 솎아내고 보행환경 및 도시미관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게 목적이다. 자릿세나 권리금과 같은 행위도 없애 생계형 노점을 보호하고 자활기반을 마련해주는 효과도 있다.

실명제 참여 노점들은 1년간 한시적으로 도로점용허가를 받으며, 1년 단위로 연장된다. 허가 요건을 3회 이상 위반하면 허가가 취소되며, 허가가 취소된 노점은 다시 허가를 받을 수 없다. 도로점용허가에 따른 도로점용료를 부담해야 한다. 도로점용료는 점용면적, 토지가격(개별공시지가), 법정요율 등을 적용해 산정하고 연 1회 부과된다. 노점별로 10만 원대 후반에서 70만 원대까지 편차가 있다. 실명제 취지에 맞게 ‘1인 1노점-본인 운영’의 원칙이 철저하게 준수된다.

매대에는 노점 운영자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사진, 연락처, 영업위치 등이 표기된 도로점용허가 표찰을 붙여야 한다. 제3자에게 양도하거나 임대, 위탁운영 등은 금지된다. 저소득층 자활기반 마련을 위해 노점으로 생활하는 ‘생계형 노점’은 보호하고, 여러 개의 노점을 가지고 임대·매매를 통해 큰돈을 챙기는 ‘기업형 노점’은 없애려는 취지다. 이를 위반하면 도로점용허가를 취소하는 등 강력하게 제재한다. 허가된 점용장소나 면적 외 도로 상에 물건을 적치 및 불법 점유하는 것도 금지된다. 매대를 불법 개조하거나 무단확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또한 노점 업종을 전환할 때는 구청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주변 상인들과 중복되는 물품을 판매해 상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노점실명제는 서울 자치구 중 중구에서만 시행하고 있다.

▲  지난 16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노점실명제에 참여한 노점들이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노점실명제 도입 배경은 = 중구에는 명동과 남대문시장, 동대문패션타운 등이 있어 서울을 방문하는 외래관광객의 81%가 찾는 관광의 중심지다. 하루 유동인구만 350만 명에 달하다 보니 수익률이 높아 중구 곳곳에 불법노점상들이 우후죽순 발생했다.

중구가 노점실명제를 처음 실시한 2016년 이전만 해도 전국에서 가장 많은 2000여 개의 노점상이 도로를 독점한 채 불법 영업을 해왔다. 노점이 밀집되다 보니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쾌적하게 걸어 다닐 수 있는 보행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화재에 취약한 문제점도 발생했다. 점포 앞에다 노점을 차려 정상적으로 허가받고 세금을 내는 기존 상인들과 끊이지 않고 마찰을 빚는 점도 큰 문제였다.

구는 도로를 불법으로 점유하고 있는 노점 단속과 재영업이 반복되는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 생계형 노점 보호에 초점을 맞춰, 노점을 정비 대상으로 삼기보다 제도권으로 흡수해 관리하는 정책으로 노점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이 같은 맥락 속에 구가 지난 2014년부터 본격 추진한 정책이 바로 노점실명제다.

우선 ‘노점 천국’으로 불리는 명동을 시범 지역으로 정해 명동의 지역상인, 노점상들과 수시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끝에 2016년 6월 27일 서울에서 최초로 노점실명제가 실시됐다. 기존 명동에서 노점을 계속해 온 365명이 노점실명제에 참여했다. 현재 중구 내에는 929곳의 노점이 실명제 안에서 영업 중이다. 구가 파악한 전체 노점 1539개 중 약 60%에 달하는 수치다.

◇어떤 성과가 있었나=노점실명제가 실시되면서 자릿세나 권리금이 없어진 것은 물론 거리가 깨끗해지고 보행환경 또한 좋아졌다.

실제 명동의 경우 그동안 360개가 넘는 노점상이 매일 쏟아져 나와 저녁 무렵이면 걸어 다니기조차 힘들었지만 노점실명제 이후 2부제로 운영하면서 노점이 절반가량 줄어든 효과를 보고 있다. 강성호 중구청 가로환경과 팀장은 “자리가 정해져 있어서 좋은 자리를 놓고 싸울 염려도 없다”며 “노점실명제로 합법화한 노점은 거리 활성화에 기여하는 순기능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앞 13개 노점도 노점실명제 실시에 따라 노점 1개당 점유면적이 4㎡에서 40% 감소한 2.47㎡로 줄었다. 노점을 운영하는 박모 씨는 “20여 년 전부터 명동에서 노점을 했다”며 “노점실명제가 실시된 이후 매대가 훨씬 깔끔하고 깨끗해서 손님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점상 김모 씨는 “예전에는 구청에서 단속이 나올까 봐 걱정이 많았지만 지금은 떳떳하게 도로점용료를 내고 영업하니까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쾌적한 보행환경 개선으로 쇼핑 관광 경쟁력이 확대돼 지역별로 특색있는 축제가 열리며 새로운 쇼핑명소로 재탄생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남대문시장에는 지난해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夜놀자’라는 야시장이 생겼고, 국내 최대 건어물시장인 중부·신중부시장은 매년 9월에 건어물맥주축제(일명 건맥축제)를 개최해 관광객들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문제점도 있다. 도로점용허가로 제도권 안에 들어왔지만 다른 법과 맞지 않아 허가를 받지 못하는 음식 노점이 대표적이다. 음식업 허가를 받아야 하나 현 식품위생법상 노점은 허가 대상이 아니다. 음식업 허가를 받지 않고 음식을 판매하면 불법영업이나 마찬가지다. 세무서에서 사업자등록을 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건강보험료 등이 높아져 부담을 느끼는 노점상이 많아 지지부진한 상태다.

중구는 앞으로 노점실명제 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노점데이터베이스(DB), 행정처분 이력관리 등을 해 나갈 예정이다. 허가조건 위반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위반사항이 적발되면 허가취소, 영구퇴출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내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가격표시제 시행, 카드단말기 설치 등을 유도할 방침이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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