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GM이 한국GM 법정관리 신청하면 법적 대응”

“의미있는 합의에 도달하면
실사 종결전 금융지원 약속”

업계 “노조 선동할 가능성”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지엠에 대해 법정관리 신청 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20일 나오는 중간 실사 보고서가 만족스럽다면 27일까지 금융지원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GM이 밝힌 법정관리 신청 시한(4월 20일)을 이틀 앞두고 18일 한국지엠 노사가 9차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임단협)을 재개하는 가운데 고통분담을 거부하는 노조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전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GM이 산은과 협의 없이 한국지엠의 청산(liquidate)을 선택하면 적절한 법적 대응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법정관리에 대한 강경 대응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이 회장은 또 “27일까지 구두 약속 또는 조건부 MOU 방식으로 매우 의미 있는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실사 종결 전에도 금융지원을 약속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투자확약서 사인은 “실사 종료 후”라고 덧붙이긴 했지만 시기를 못 박아 지원 의사를 밝힌 건 처음인 만큼 산은과 정부가 지원 쪽으로 기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선 이 같은 발언이 법정관리를 앞두고 사 측과 협상 중인 노조를 선동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법정관리 우려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서도 합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산은이 법정관리를 막아줄 것으로 비치면 노조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권 관계자도 “27일 금융지원 각서 체결 얘기가 나오는데 20일 날 법정관리 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지엠 노사는 18일 오후 인천 부평공장에서 제9차 임단협 교섭을 벌인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오늘도 접점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일단 20일까지는 밀고 당기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혜진·방승배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