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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종대의 동네 집 이야기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18일(水)
시민에 열린 철길 6.3㎞… 도심의 ‘연트럴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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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의선 숲길’ 구간에서 특히 학생들이 많이 찾는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의 ‘책거리’. 책을 파는 서점들이 많이 있으며, 5월 4일부터는 ‘트렁크 책축제’도 이곳에서 열린다. 김동훈 기자 dhk@
경의선 숲길

홍제천에서 용산문화센터까지
신호등·건널목 등 옛정취 남아

봄마다 대흥동 벚꽃 터널 장관
공덕역 인근엔 북카페·키즈존

원효로 사랑방선 공예·원예교실
내달 홍대입구 책거리선 축제도


주말이면 사람들로 가득한 마포구 연남동의 가로공원, 사람들은 언제부터인지 이곳을 ‘연트럴파크’라 부른다. 크고 작은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는 이 공원의 모습이 마치 뉴욕의 ‘센트럴파크’ 같다고 하여 불리는 이름이다. 뉴욕 센트럴파크의 규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밀도가 높은 도심에서 시민들을 위한 열린 공간과 녹지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부족함이 없다.

이곳의 정식 이름은 ‘경의선 숲길’로 ‘연트럴파크’를 포함해 홍제천에서 용산문화체육센터까지 6.3㎞에 달하는 길이를 자랑한다. 길이만으로는 뉴욕 ‘센트럴파크’의 4.1㎞를 훨씬 능가한다.

‘경의선 숲길’이 이렇게 긴 거리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예전에 이곳을 지나던 경의선 철길을 지하로 옮기고 철길이 있던 곳을 공원으로 조성했기 때문이다. 열차가 다니던 철로며 신호등, 건널목 등이 ‘경의선 숲길’ 곳곳에 기념물로 남아 긴 길이보다 더 길고 오래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경의선의 운명은 순탄치 않았다. 일제는 조선의 지배와 대륙침략의 수단으로 경성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철도를 건설했다. 그 과정에서 열강들의 치열한 세력다툼이 일어났고 러일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1906년 4월에 용산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철도가 완성되었고 경의선을 통해 부산에서 베이징(北京)까지 열차로 이동할 수 있었다.

산업의 발전으로 경의선 복선화의 필요성과 공항철도의 건설에 따라 경의선은 지하철도가 되었고 남겨진 지상공간은 공원이 되었다. 공원은 단계적인 개발에 따라 2012년 2월 대흥동 구간이 가장 먼저 공개되었고 2016년 5월에 6.3㎞의 전 구간이 도시공원인 ‘경의선 숲길’로 완성되었다.

철도는 국가기간산업으로 오랫동안 철저한 보호를 받았다. 철길 가까이에 집을 지을 수 없고 보호를 위한 울타리도 높게 세우곤 했다. 그러다 보니 먼 거리를 이어주는 철도지만 인근 주민들에게는 단절의 아이콘이 되었다. 철길을 사이에 둔 마을은 차단기에 의해 수시로 닫히는 건널목이 유일한 연결통로가 되었다. 막혀있던 철길이 열리고 공원이 되자 끊어졌던 마을이 다시 소통하면서 활기가 생겨났다.

‘연트럴파크’로 불리는 연남동 구간은 발전의 속도가 너무 빨라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경의선 숲길’은 사람들의 정주환경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이들은 나와서 놀 공간이 생겼고 어른들은 자연을 만끽하며 산책할 수 있는 동네산책로를 갖게 되었다. 올봄, ‘경의선 숲길’의 대흥동 구간은 활짝 핀 벚꽃을 구경하려고 몰려든 사람들로 가득했다. 제법 자라 키가 커진 나무들은 도시에서 흔치 않은 나무 터널을 만들어내고 있다.

‘경의선 숲길’에는 자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곳곳에 위치한 커뮤니티센터에서는 마을주민들의 공동체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경의선 숲길’, 원효로 구간에 있는 숲길사랑방에서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공예교실과 원예교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공덕역 인근의 ‘경의선 숲길커뮤니티 센터’에는 주민들을 위한 북카페와 키즈존, 회의실이 준비돼 있다.

‘연트럴파크’와 함께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경의선 숲길’ 구간은 ‘경의선 책거리’다. 홍익대 인근에 위치한 산울림 소극장에서 신촌과 홍대를 연결하는 와우교 아래로 내려가면 만날 수 있다. 열차가 지나가는 것을 알리던 종소리에서 유래한 ‘땡땡 거리’가 가장 먼저 반겨준다. 그 당시 사용했던 차단기와 함께 서 있는 역무원 동상이 이 사실감을 더해준다. 역무원을 뒤로하고 경의중앙선 홍대입구역 쪽으로 걷다 보면 방금 지나쳐 온 와우교 아래로 책거리라는 이름의 화려한 민트색의 상상 속 역이 이곳이 책거리임을 다시금 알려준다.

그 뒤로 보이는 열차 모양의 집들은 책을 파는 서점들과 전시장들이다. 이곳에서 책 축제도 열린다. 올해도 5월 4일부터 6일까지 ‘트렁크 책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에는 다양한 책 소개와 함께 공연도 펼쳐지는데 민트색의 책거리 역이 공연의 무대가 된다. 가을에 몰려있는 책 축제가 봄에도 열린다는 것이 더 반갑다.

‘경의선 숲길’은 공원 이전의 주변 마을을 몰라보게 변화시키고 있다. 공원으로 인해 정주환경이 개선되면서 공원 주변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나게 되었다. 주변 건물들도 달라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공원을 향해 새로 창문을 설치하는 집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보기 흉했던 공간이 보고 싶은 공간으로 바뀐 것이다. 도시 안에서 이런 매력적인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으로 철도가 그동안 철저히 단절돼 있었기 때문이다. 담장을 허물고 소통하기 시작하자 완전히 다른 공간이 되었다. 사람이든 공간이든 이런 변신은 언제나 대환영이다.

건축가·디자인연구소 이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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