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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반도 정찰記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18일(水)
남·북·미 核담판과 ‘10월의 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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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北, 대화로 핵 포기 가능성 적어
시리아式 응징 타격 대두할 듯
韓, 최악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


문재인-김정은 남북정상회담이 이제 9일 앞으로 다가왔다. 청와대는 27일 남북정상회담의 표어를 ‘평화, 새로운 시작’이라고 정했다. 이번 남북 정상 간 만남이 평화의 시작이자, 미·북 정상회담의 길잡이 회담으로서 세계 평화를 향한 여정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의미에서다. 그리고 세계 이목을 집중시킬 각종 화려한 이벤트가 준비되고 있다. 그러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원칙으로 하는 북핵 폐기에 실질적 진전이 없다면, 이번 회담은 또 하나의 ‘정치 쇼’로 끝나고 여러 측면에서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5월 말 혹은 6월 초로 예정된 미·북 정상회담의 ‘예비회담’ 성격을 지닌다. 미국과 북한은 물론, 한국 정부마저도 북핵의 당사자는 미국과 북한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화의 시작이 될지 여부는 미·북 회담이 끝나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김정은이 진정으로 북핵을 폐기할 가능성이 크지 않으며, 미국도 북핵의 완전 폐기가 확실히 보장되지 않는 한 대북 제재를 풀거나 완화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국에서의 막연한 낙관론과는 달리, 미·북 협상은 구체적인 결과 없이 끝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외교의 끝은 전쟁’이라는 국제 정치의 냉혹한 현실이다. 미·북 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난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도 가만있을 수 없게 된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면 대통령 재선은 물론 남은 2년간의 국정 운영도 힘들게 된다. 이번에 시리아 폭격을 통해 지지율이 대폭 상승했다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에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대북 전면전을 시도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 보인다.

첫째, 최근 미 군사 전략의 중심 기조는 ‘역외 방어(offshore defense)’다. 대륙보다는 해양 방어에 치중하며, 해양 패권은 추구하나 대륙 분쟁에 뛰어드는 것은 자제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지지 세력인 고립주의자들과 미국 우선주의자들의 입맛에 맞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번 시리아 폭격도 이 입장에서 해석할 수 있다. 시리아를 맹폭했으나, 군사적 개입을 확대하진 않았다. 또,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의지도 없다. 그리고 시리아 내전에서 ‘지상’을 빼는 작업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현재 미군 전력은 2개의 주요 지역 분쟁(two major regional conflicts:two-MRC)에 동시 대응할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유럽·중동·아시아 등 3곳에서 동시에 전선을 유지해야 하는 미국으로선 군사력을 한곳에 올인하기 힘들다. 셋째, 미국의 대북 전면 침공에 한국군이 적극 협조할지 의문시되며, 따라서 북한 안정화 작전에 곤란을 겪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아프가니스탄전의 경험으로 지상군 작전, 특히 안정화 작전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넷째, 트럼프 자신이 강성 발언을 일삼지만 결국은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협상론자란 사실이다. 이번 시리아에서도 폭격 후 ‘임무 완수’를 선언해 버렸다.

그러나 절제된 응징타격(punitive strike)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대선이나 중간선거 등 11월 초 선거를 앞둔 시점의 ‘10월의 이변(October Surprise)’은 드문 일이 아니다. 군사 행동은 신중해야 하나 결심하면 압도적 물리력을 사용해야 한다던 허버트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도 백악관에서 사라졌다. 북폭 유력 지점은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과 동창리 미사일발사대,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등 3곳이다. 레짐 체인지나 전면전 확대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평양 폭격이나 참수 작전 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이나 합동장거리공대지미사일로 공격한다면, 한국이나 일본의 기지를 이용할 필요도 없다. B-1B 혹은 B-2 폭격기를 괌에서 출격시키거나, 이지스 순양함·알레이버크급 구축함·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을 동해에 갖다 놓으면 충분하다.

북폭이 감행되면, 김정은은 어떻게 대응할까. 시리아 정부군은 공습 하루 만에 반군 장악 도시를 맹폭격했다. 김정은이 화풀이할 수 있는 곳은 결국 한국이다. 제한적 공격에 김정은이 전면전을 각오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체면상 대응을 하지 않기도 어렵다. 일단 공은 김정은에게 넘어가게 된다. 그리고 만약 김정은이 되받아치면 공은 다시 한국에 넘어오게 된다. 사태가 이렇게 비화할 경우, 한국에서 대대적인 반미 시위가 일어날 수도 있다. 미군 기지를 습격하는 극단적인 사태가 벌어지지 말란 법도 없다. 대화 낙관론에만 젖어 있을 때가 아니다. 중매 잘못 선 대가로 뺨 맞을 각오도 해야 한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 안보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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