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재테크>주택시장 읽으려면 인구수 아닌 가구수 눈여겨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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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주택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주택가격이 많이 상승하다 보니 인구와 주택가격은 별로 관계가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두 가지를 유의해야 한다. 우선 우리나라 주택시장에서 아직 고령화가 진전됐다고 보기 어렵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늘어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구매력이 가장 높은 40~50대 숫자는 지금이 가장 많다. 그리고 주택가격은 인구보다 가구에 영향을 받는다. 인구가 1000만 명 증가했는데 가구 수는 100만 명 증가했다면 주택 수요는 대략 100만 채 정도라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인구와 가구 수가 거의 비슷하게 움직이면 인구를 봐도 크게 틀리지 않지만, 둘이 다르게 움직일 때는 가구 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가구는 인구와 달리 변화가 많다. 2000년 들어 지금까지 극적인 가구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20년도 많은 변화를 겪는다. 향후 20년간 가구변화 특징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가구 수 증가 모멘텀이 약화된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인구는 600만 명이 증가했는데 가구 수는 무려 570만이 증가했다. 가구 수가 20년간 40%나 증가한 셈이다. 여기에는 미혼, 만혼, 이혼과 같은 사회변화, 고령화에 따른 사별, 공기업 지방 이전에 따른 가족 분화 등이 영향을 줬다. 그런데 2020년부터 향후 20년간은 양상이 달라진다. 가구 수는 여전히 210만 가구가 많아지는데 증가율은 10%에 그친다. 증가속도가 과거 20년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둘째, 고령 가구가 급속히 증가한다. 2000~2020년 가구주가 30대인 가구는 97만 가구가 감소했다. 반면에 40대 가구 40만, 50대 가구 220만, 70대 이상 가구 220만이 증가했다. 50대 가구 증가가 두드러진 기간이었다. 하지만 2020~2040년으로 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30대 가구는 100만이 감소하며, 덧붙여 40~50대 가구가 190만이나 감소한다. 반면에 70대 이상 가구는 440만이 증가한다. 70대 이상에서 활발한 주택매매를 기대할 수는 없다. 결국, 구매력을 가진 가구는 줄어드는 반면, 구매력이 약한 70대 이상 가구는 대폭 증가하는 셈이다.

셋째, 1~2인 가구가 지배 가구가 된다. 2000년에 1~2인 가구는 500만, 3인 이상 가구가 950만으로 1~2인 가구 비중은 34%에 불과했다. 이러던 것이 2020년에 1~2인 가구는 1180만으로 급증한다. 3인 이상 가구는 840만으로 줄어든다. 이 추세가 지속해서 2040년에는 1~2인 가구가 380만이 증가해 1560만이 되는 반면 3인 이상 가구는 670만으로 오히려 170만 가구가 줄어든다. 1~2인 가구가 2040년에는 전체 가구의 70%를 차지한다.

향후 20년간 인구는 정체된다. 고령화도 깊어진다. 가구주 연령이 고령화되면서 주택구매력이 있는 가구가 줄어들고 구매력이 작은 가구가 대폭 증가한다. 그리고, 1~2인 가구 중심으로 증가하면서 이미 만들어진 큰 평수의 고가 주택을 이들 1~2인 가구가 받쳐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향후 주택시장을 알려면 가구변화를 눈여겨봐야 한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