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철도 공공성 핵심은 경쟁 통한 質 좋은 서비스 제공이다

국토교통부가 18일 코레일과 수서발 고속철 운영사인 SR의 통합 여부를 검토하는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외견상 찬반을 결정하는 절차지만, 용역 제목이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산업 구조 평가’다. ‘공공성’은 철도노조를 비롯한 통합론자들이 앞세우는 논리다. 국토부 입장은 통합이니 경쟁체제의 문제점을 짚어 달라는 취지로 읽힌다.

SR는 2016년 말 출범하면서 국내 처음으로 간선철도 ‘서비스 경쟁’시대를 열었다. SRT 요금을 KTX보다 10% 낮게 책정하고, 앱으로 승무원을 호출하는 등 앞선 서비스를 내놓자 위기감을 느낀 코레일도 마일리지 제도 부활과 셔틀버스 운행 등으로 대응했다. 고객들이 지난해에 아낀 고속철 요금만 713억 원이다. 철도시설공단은 지난해 SR 수익 중 2810억 원을 받아 설립 후 처음으로 국가철도 부채 이자보다 많은 영업이익을 냈다. 그러나 철도노조와 시민단체 등은 “철도는 특정 기업이나 이윤추구 집단의 이익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는 논리로 양사 통합을 외쳐왔다. 경쟁체제 도입으로 고객이 저렴한 비용으로 질(質) 좋은 서비스를 누리고, 철도 부채를 줄인 것이야말로 ‘진정한 공공성’이다. 철도는 잠재 고객을 놓고 버스·항공·여행사 등과도 경쟁한다. 이들 논리대로라면 모든 교통수단을 국가 소유로 해야 할 판이다. 벽지 노선 축소를 SR 출현과 결부시키는 것도 억지다. 노조의 공공성 주장은, 이전에 없던 경쟁으로 힘들어지자 철밥통을 지키려는 궤변으로밖에 볼 수 없다.

수서발 고속철은, 애초 정부가 시설까지 민영화하려 했다가 운영 자회사 형태로 대폭 후퇴한 것이다. 이 정도의 경쟁을 견디지 못한다면 코레일의 방만한 경영이 여전하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지난 2월 취임한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적자 심화 등 부작용이 많다”며 통합론에 동조하고, 해고자 복직에 합의하는 등 노골적 노조 편향 행보를 보였다. 기득권 노조의 떼쓰기를 운동권 출신 사장이 더 부추기고, 정부까지 부화뇌동하는 격이니 기막히다. 국민이 원하는 공공성을 추구하려면 철도 경쟁 영역을 지금보다 더 넓혀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