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부 시대적 과제 외면하면 박근혜정부 전철 못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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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현주소·방향’ 강연 김대호 사회디자인硏 소장

“현정부는 ‘제3의 길’ 찾아야
단기 이익 좇는 공공기관 줄이고
국가가 관여해 좌지우지 말아야”

“한국은 공공 부문과 주요 이익집단이 하나같이 단기적이고 협소한 특수이익만을 추구합니다. 문제의 핵심은 정치·경제·사회 전반에서 권리와 의무, 혜택과 부담, 위험과 이익 등 수많은 관계의 동태적 균형을 잡는 것입니다.”

김대호(55·사진)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은 18일 서울 서대문구 미플 스터디카페에서 열린 강연 ‘한국 사회 어디쯤 있고, 어디로 가야 하나’에서 “한국 사회에 새로운 시대정신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소장은 현 정부에 대해 “1970∼1990년대 민주화·노동·진보 운동의 현실 인식과 가치관을 과감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며 “기득권 진보·노동 세력과 손을 잡았기에 강해 보이지만, 시대적 과제를 외면하고 국리민복에 역행하는 한 박근혜 정부의 전철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강의 전 인터뷰에서 김 소장은 “생산성과 임금이 따로 움직이면서, 일정한 관문만 통과하면 ‘지대(rent)’를 누리며 귀족처럼 사는 신분 사회가 됐다”고 한국 사회를 진단했다. 이어 “노동의 유연성·안정성은 이미 세계적 표준이 되었는데 이에 더해 공정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노동 개혁을 강조했다. 김 소장은 공공 부문에 대해서도 “국가가 관여해 좌지우지하는 분야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기업·공공기관을 줄이되 꼭 필요한 기관이라면 국가 권력이 낙하산 인사 등으로 흔들 수 없어야 한다”며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사임을 부적절한 개입의 사례로 들었다.

김 소장이 내놓는 대안은 기존의 보수·진보 이분법을 벗어난 ‘제3의 길’이다. 그는 “‘제3의 길’은 영국 노동당이나 미국 민주당의 기존 노선이 변화하는 현실과 과제를 반영하지 못해 나온 것”이라며 한국의 ‘제3의 길’ 운동 역시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82학번으로 젊은 시절 학생·노동 운동에 투신했던 김 소장은 “소련·동구권 붕괴와 톈안먼(天安門) 사태, 북한의 현실 등을 보며 이념에 대해 성찰하게 됐다”며 “대우자동차에서 일할 때 386세대와 진보 세력이 낡고 시대착오적인 사상에 사로잡혀 있다는 점을 절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2006년 사회디자인연구소를 창립한 김 소장은 18일 강연을 시작으로 매주 ‘코리아 그랜드디자인 아카데미’를 열 예정이다. 25일에는 ‘강철서신’ 저자인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운영위원이 ‘한반도 위기와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주제로 강연한다. 김 소장은 “한국 사회의 문제에 대해 피상적·일면적 진단과 대안이 넘치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문제를 짚고 대안을 도출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