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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20일(金)
철학, 아이돌에 ‘입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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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영 박사는 뮤직비디오 등 방탄의 영상은 특정 이미지들이 반복, 변형돼 등장하는 상호 참조적 열린 구조라고 했다. 사진은 ‘마이크 드롭’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자료사진

■ BTS 예술혁명 / 이지영 지음 / 파레시아
■ 아이돌을 인문하다 / 박지원 지음 / SIDEWAYS

- BTS 예술혁명
방탄소년단 뮤비·노래 분석
사회안에서 예술의 역할 확인

팬클럽 ‘아미’와 네트워크는
들뢰즈 ‘수평적 관계’로 설명

- 아이돌을 인문하다
BTS·트와이스·워너원 33곡
인문학적 틀로 노랫말 해석

성장과 극복·우정과 연대 등
인류 보편적 성장서사 담겨


전례 없던 일이긴 하다. 다들 열광의 대상으로 치켜세우지만 은근히 상업적 기획 상품으로 무시하는 아이돌, 글로벌 젊은이들의 환호엔 국가대표가 올림픽 금메달을 딴 듯 뿌듯해하지만 정작 자신의 자녀들이 빠지는 것은 걱정스러워하는 ‘빠순이’ 팬덤, 이들을 철학적으로 사유하는 작업을 했으니 말이다.

방탄소년단(BTS)과 팬클럽 아미 그리고 이들이 함께 만든 ‘방탄 현상’을 들뢰즈 철학과 발터 벤야민의 예술이론으로 깊이 있게 분석한 ‘BTS 예술혁명’과 방탄, 워너원, 트와이스를 중심으로 아이돌과 이들의 노래를 인문학적으로 성찰한 ‘아이돌을 인문하다’가 나란히 나왔다. ‘BTS 예술혁명’은 철학·예술론, ‘아이돌을 인문하다’는 인문 교양서로, 성격이 다소 다르지만 인상 비평이나 저널 분석 수준을 넘어 저자들이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정색하고 쓴 철학·인문서라는 점에서 같다. 아이돌의 현실적 파워가 커지면서 더 이상 문화적으로 못 본 척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데다, 아이돌이 어느새 철학적 분석이 필요할 만큼 복잡하고 다층적인 현상이 됐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돌 1세대 탄생기인 1990년대에 10·20대를 보내며 이들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며 자라, 아이돌에 색안경을 끼지 않는 수준을 넘어 마음속에 ‘빠심’이 기본인 이들이 ‘어른 세대’가 된 것도 배경일 것이다.

들뢰즈 철학과 영화 미학을 전공한 영화 철학 박사 이지영은 ‘BTS 예술 혁명’을 쓴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방탄 현상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사회 속에서 예술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를 새롭게 확인하게 된 현상이자 상투적으로 들렸던 ‘사랑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말의 엄청난 위력을 확인하게 한 현상이다. 이 놀라운 현상 앞에서 철학 연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책을 쓰는 것 외에 달리 없었다.” 예를 들어 많은 철학자가 앞다퉈 분석한 ‘매트릭스’가 그저 한편의 영화가 아니고 포스트모던의 상징적 텍스트였듯이 방탄 역시 한 아이돌 그룹이 아니고 시대의 징후적 현상이라는 뜻이다.

▲  아래 작은 사진은 걸그룹 트와이스의 앨범 재킷. 자료사진
저자는 먼저 방탄의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부친살해서사’등으로 분석해 이들의 노래가 기존 사회 질서를 가로지르며 위계를 해체하는 혁명적 메시지라는 점에 주목한다.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구조적 억압, 불평등, 편견 등을 자기 세대의 눈으로 읽어내고 이로 인한 고통스러운 감정들을 음악으로 표현하면서 힘을 모아 정의롭지 않은 현실을 바꾸자고 외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메시지는 같은 모순에 처한 전 세계 젊은이에게 공감을 얻고, 우리가 함께한다면 절대 실패하지 않고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다는 믿음의 공유를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또 한국어로 노래하는 방탄은 영어 중심적인 세계 언어의 위계 구조를 해체했다는 점에서 비틀스의 ‘브리티시 인베이전’보다 의미가 크다고도 했다.

저자는 특히 방탄과 아미가 함께 만들고 있는 ‘네트워크 이미지’라는 새로운 예술 형식에 주목했다. 여기에 들뢰즈의 ‘리좀’ 개념이 적용된다. 리좀은 중심과 주변이라는 위계질서를 가로지르며 끝없이 다른 것들과 접속돼 생성하는 네트워크 구조다. 수목적 구조가 주변과 중심이 명확히 구분되는 위계적 체계라면 리좀적 체계에는 단일한 중심이 존재하지 않는다. 방탄 역시 아미와의 관계에서 위계의 맨 꼭대기에 위치한 중심이 아니다. SNS라는 탈중심적 네트워크를 통해 친구이자 조력자로 수평적 관계를 맺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조를 깨며 예술 개념 자체의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봤다. 저자는 방탄과 아미가 글로벌 시장에서 거둔 승리의 경험, 그 잠재력은 엄청나다고 진단한다. 예를 들어 미국 백인 남성이라 해도 아미가 된다면 그는 몸과 마음으로 제3세계 출신의 소수자인 방탄의 차별과 억압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연대를 통해 세상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경험했다는 사실만으로 이들의 혁명적 잠재력은 엄청나다고 봤다.

‘아이돌을 인문하다’는 방탄의 12곡, 트와이스의 11곡, 워너원의 10곡의 노랫말들을 각각 성장과 책임, 아름다움과 구원, 생명과 약속, 자존감 등 인문학적 키워드와 연결해 분석한다. 이 분석에는 헤르만 헤세, 어슐러 K. 르 귄, 제인 오스틴, 도스토옙스키, 지그문트 프로이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등 숱한 작가와 철학자가 등장한다. ‘서태지와 아이들’ 팬으로 출발해 여러 팬덤을 거치며 자라나, 지금은 여러 곳에서 ‘인문학으로 읽는 K-팝’ 강의를 해온 저자는 아이돌의 노래와 퍼포먼스는 멤버들의 성장과 극복, 우정과 연대 등이 복합된 스토리텔링이라고 했다. 물론 이는 인류의 보편적인 성장 서사와 다르지 않다. 그래서 책은 아이돌 분석서이지만 다르게 보면 아이돌을 모티브로 풀어놓는 성장과 맞물린 삶의 가치에 대한 자유로운 인문교양서이기도 하다. 책은 부담 없이 읽힌다.

아이돌을 철학한 두 권의 책을 보며, 한국 사회와 기성세대가 한 번도 함께 살아가는 동등한 일원으로, 시민으로 대접한 적이 없는 ‘빠순이’에 대한 시민권 회복이 아닐까 잠깐 생각했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가당찮은 말이다. 메이저 기획사 소속이 아닌 방탄이 기존 권력의 바깥에서 문화적 변화를 만들었듯이 이들은 이미 기성세대가 시민권을 부여하든 말든,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기존 체제에 대항하고 이를 해체하며, 빠르게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모른다면, 알고 싶다면 읽기를 권한다. 이에 익숙한 젊은 세대라면 자신들이 사랑하는 아이돌과 노래를 발판 삼아 조금 더 나아가, 인문학적 지평을 넓힐 수 있게 하는 책이 아닐까 싶다. ‘BTS 예술혁명’은 들뢰즈 철학을 쉽게 알고 싶은 이들에겐 유용한 입문 해설서로도 쓰일 수도 있다. BTS 예술혁명 244쪽, 1만3000원. 아이돌을 인문하다 624쪽, 1만8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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