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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20일(金)
한반도여, 분단 딛고 세계사 정신혁명 중심에 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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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역습 / 김용운 지음 / 맥스미디어

“역사적 현상이 민족의 집단 무의식과 지정학이 얽힌 복잡계라는 사실을 깨달은 후 인문·사회학과 자연과학을 융합하는 구조주의 사고로 학문적 경계 없이 지적 편력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인생의 가장 큰 보람이었다.” 저자가 책 뒤에 쓴 ‘맺는말’의 한 대목. 올해 만 91세인 노학자의 자부를 엿볼 수 있다. 그 지적 편력의 고갱이를 이번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저자는 한국 지성사에서 독특한 존재로 자리하고 있다. 한양대 수학과 교수로 재직한 수학자인 그는 동시에 철학자이자 문명 비평가로서 100여 권에 이르는 저서를 펴냈다. 원형사관(原型史觀)이라는 도구를 활용해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의 민족적 원형을 깊이 살펴온 것은 국내외 인문학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원형’이란 자연환경과 풍토, 역사적 체험에 의해 만들어진 집단 무의식이다. 그 민족과 사회의 과거 문화를 규정하고 현재를 지배한다. 이 때문에 원형을 제대로 알아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616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이번 책은 원형사관을 바탕으로 구조주의 관점에서 세계 문명사를 통찰한다. 그에 따르면, 세계가 핵, 지구 환경의 변화 등으로 카오스 상태에 빠져 절멸의 위기에 있으나, 정신혁명을 통해 제2의 추축시대(樞軸時代)를 여는 전환기로 삼을 수도 있다. 추축시대는 세계 문명사의 대전환기를 뜻한다. 이를테면 2500여 년 전에 인류가 황음과 대량 살인 등으로 자멸의 위기를 겪을 때 동서양에 싯다르타, 공자, 소크라테스 등이 나타나 정신 혁명을 이뤄낸 것을 말한다.

저자는 제2의 추축시대에는 동북아 공동체, 특히 홍익인간의 원형을 지닌 한민족이 그 중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일본은 무(無) 사상의 민족이기 때문에 가치체계가 없고, 중국은 패권국가이기에 동북아 공동체를 이끌 수가 없다. 그런데 한국이 그런 정신혁명의 중심이 되려면 한반도 핵위기를 극복하고 영세 중립국이 돼 세계 평화의 상징이 돼야 한다. 책 제목인 ‘역사의 역습’ 개념은, 한반도의 남·북과 같은 소국이 그동안 대국들이 주도해 온 세계 질서의 재편을 이끌 수 있다는 전망에서 나온 것이다.

저자는 이 전망을 뒷받침하기 위해 카오스 이론으로 인류 문명의 위기를 분석한다. 우리 민족의 역사를 원형사관으로 살피고, 한반도 주변국인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의 국가원리와 외교 방법을 고찰한다. 현재 지구촌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인 북한과 미국의 대결을 온전(溫戰)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열전(熱戰), 냉전(冷戰)과 다른 온전은 상대에게 한 발의 총도 쏘지 않는 대신에 ‘핵이라는 독을 제 몸에 바른 토끼’가 ‘힘센 늑대’에게 달려들며 공수를 되풀이하는 전쟁이다.

이 온전에서 미·북 간 평화협정이 체결된다고 해도 북의 적화통일 야욕을 막을 현실적이고 국제적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미국이 한반도에서의 미군 철수를 협상 테이블에 놓을 수도 있는데, 그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준비해둬야 한다.

책을 읽다 보면, 대한민국의 번영을 기원하는 노학자의 충정을 깊게 느낄 수 있다. 1960년대 캐나다의 대학에서 종신교수 자격을 따고도 “조국에 돌아가서 할 일이 많다”며 귀국했던 그 마음을 오롯이 지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가 역설해 온 ‘백강(白江) 전투’의 비극을 한국사의 중요한 대목으로 새삼 살피게 된다. 백제 부흥 운동이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에 의해 좌절된 이 전투 이후로 1250년간 중국에 사대하게 됐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오늘날의 우리가 이 사대의 깊은 그늘을 떨칠 수 있어야 문명의 카오스 시대를 헤치고 정신 혁명을 주도할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616쪽, 2만5000원.

장재선 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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