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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용식 논설주간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20일(金)
잘못된 공약 버려야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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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논설주간

오늘의 번영 일군 산업화 50년
5년만 잘못해도 공든 탑 붕괴
민주 열사만큼 산업 영웅 중요

文대통령 1년 지나친 시행착오
‘내로남불’은 적폐의 악성진화
취임사 初心으로 재점검할 때


올해는 산업화가 본격 시작된 지 50년 되는 해다. 1968년에 경부고속도로가 착공되고, 포항제철이 설립되는 등 ‘한강의 기적’이 궤도에 올랐기 때문이다. 한·일 국교정상화에 따른 청구권 자금, 베트남 파병에서 유입된 외화가 종잣돈이 됐다. 여성들은 머리카락을 잘라 가발로 만들어 수출했고,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은 눈물 젖은 돈을 국내로 송금했다. 지난해 민주화 30년과는 달리, 산업화의 피땀과 성취를 기리는 국가적 행사는 없다. 포스코가 지난 2일 창립 50주년 행사를 조촐히 가졌을 뿐인데, 회장이 쫓기듯 물러나면서 그나마 의미가 퇴색됐다.

그해 2월 1일 경부고속도로 공사가 시작됐다. 기술도 장비도 없었고, 국내의 반대와 외국의 비아냥은 넘쳐났다. 그래도 2년여 만에 완공하는 기적을 만들었다. 포항제철 창립 직원 중에 용광로를 본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그렇게 출발했지만, 세계 최고 제철소를 만들었다. 민주 열사 못지않게 산업화 영웅도 중요하다. 1973년에야 미국 원조(대충자금) 없이 예산을 편성했고, 다음 해에 경제력에서 북한을 추월했다. 이런 과정에서 ‘넥타이 부대’가 형성됐기에 1987년 민주화도 가능했다.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 모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역사다.

그런데 한꺼번에 닥친 3겹의 거대한 도전 앞에서 비틀거리고 있다. 국내의 경제·정치 위기와 갈등 증폭, 한반도 정세의 급변, 그리고 4차 산업혁명과 미·중 패권 경쟁 등 글로벌 대전환이 그것이다.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3중 위기를 3중 기회로 만들 대란대치(大亂大治)가 필요하다. 그런데 제대로 응전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1년 된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시행착오와 인사 난맥이 겹쳐 벌써 레임덕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그런데 그 근원에 문 대통령 공약이 있고, 주요 공약일수록 더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비정규직 제로에서 최저임금 과속 인상, 법인세 인상 등 경제 정책은 글로벌 추세에서 나홀로 역주행이다.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 및 과감한 산업 구조조정과 기업 규제 개혁 등은 뒷전이다. 경제 전반에 적신호가 넘친다. ‘소득주도성장’은 지속 불가능한데, 세금으로 메우는 땜질을 거듭한다. 탈원전, 사드 반대, 군 복무기간 단축, ‘문재인 케어’ 등도 마찬가지다. 적폐 청산을 내걸고 지난 정권의 정책과 그 담당자들까지 내쳤다. 그러면서도 낙하산·코드 인사 등 흡사한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 신(新)적폐가 구(舊)적폐를 대신하는 ‘내로남불’은 적폐의 악성 진화일 뿐이다. 공직사회의 활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급기야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정부 방침을 따랐을 뿐인 중하위직 공직자들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줘선 안 될 것”이라고 다독였지만 그리 효과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레임덕 현상에는 몇 가지 징후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공무원 복지부동이다. 최근 고위 공직자 사이에 ‘직권남용보다 직무유기의 형량이 훨씬 적다’는 말이 유행이다. 잘나가던 전 정권 고위직들이 현 정권 들어 줄줄이 사법처리되는 것을 보면서 습득한 생존 철학이다. 쓰레기 수거 소동과 대입 정책 혼란 등은 이런 분위기와 직접 관련이 있다. 다음은, 악역을 담당할 사람이 사라지고, 기회만 있으면 빠져나가려는 권력 엑소더스 현상이다. 대통령이나 핵심 몇 사람이 직접 나설 일이 점차 잦아진다. 또, 권력에 우호적이던 언론이 비판을 시작한다. 이런 상황들이 벌어지면 국정 동력은 사라진다. 그런데 현 정권에서 벌써 이런 조짐이 조금씩 비친다. 지지도 고공행진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는 머지않아 깨닫게 될 것이다.

50년 쌓아 올린 번영의 공든 탑을 허무는 데는 임기 5년이면 충분하고도 남는다. 취임 2년 차를 맞아 취임사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난해 5월 10일 겸손한 권력, 소통하는 대통령을 약속했다. 인재 삼고초려와 갈등 정치 종식도 선언했다. 최근엔 이런 모습을 보기 힘들다. 권부에서 토론과 직언이 사라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탄핵 국면에서 필요했던 과격한 ‘촛불 공약’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문 대통령에 대한 정서적 지지와 정책적 선호의 괴리가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정책을 따질 겨를도 없이 문 대통령을 찍었다는 얘기다. 공약을 전면 재점검하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그리고 솔직하게 양해를 구하면 된다. 지지층보다는 국민 전체를 봐야 한다. 그래야 정권도 살고, 나라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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