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8년만에 구제금융 벗어난다

8월 신탁통치 프로그램 만료
EU·IMF, 연장 않기로 합의
향후 채무경감 방안 등 논의

그리스가 2010년 이후 8년간 계속돼온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 신탁통치 체제에서 벗어난다.

마리우 센테노 유로그룹 의장은 19일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연합(EU)은 8월 만료될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더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로그룹은 EU에서 유로화를 통화로 사용하는 19개 회원국(유로존)의 재무장관 협의체다. 센테노 의장은 “우리 공동의 목표는 이 프로그램을 예정된 시간 안에 마무리 짓는 것”이라며 “데드라인을 변경할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리스는 2010년 재정위기로 국가부도 사태에 몰린 후 유로존,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채권단으로부터 3차례에 걸쳐 구제금융을 받아 살림을 꾸려왔다. 이 구제금융 체제가 오는 8월 만료되는 가운데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그리스 정부도 추락 중인 국정 지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구제금융 체제의 신속한 종료를 원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로이터통신은 유로존과 IMF가 이번 주 미국 워싱턴DC에서 회의를 열고 그리스 구제금융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센테노 의장은 이날 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 세미나에서 “워싱턴 회의에서 구제금융 연장방안은 전혀 논의되지 않는다”며 “부채 경감과 관련해 결정할 문제가 있어 이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들 결정은 중·장기 부채 구조, 포르투갈과 아일랜드 등 앞선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지니고 있던 일반적 감시체제에 맞춰 틀이 짜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리스는 2010년부터 국제사회로부터 3000억 유로(약 395조 원) 이상을 빌려 채권국들은 그리스의 부채 상환 능력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유로존 국가는 구제금융 졸업 후 외부 감시가 느슨해지면 그리스 재정 상황이 다시 악화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조세담당 집행위원은 “구제금융 프로그램 이후 처리방식에 대해 합의할 필요가 있다”며 “변형된 새로운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아니라 개혁 이행, 건전한 재정 정책 추구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그리스의 채무를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는 IMF 대출자금을 유로존 자금으로 대체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IMF 대출자금 이자가 일반적으로 유로존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또 대출 만기나 유예 기간 연장 등도 검토 예정이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