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톡>운명 찾아 헤맬수록 ‘사랑’은 떠나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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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렛 더 선샤인 인’

‘렛 더 선샤인 인’(사진)은 프랑스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의 매력을 극대화한 영화다. 비노슈는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사랑을 찾아 헤매는 역할을 맡아 캐릭터의 감정 진폭을 열정적으로 표현해내며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영화 내내 시시각각 변하는 그의 표정을 보며 공감을 느끼기도 하고, 허탈한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면서 사랑의 의미를 곱씹게 된다.

누구나 운명의 상대를 만나 진실한 사랑을 이루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 이자벨(쥘리에트 비노슈)은 정도가 심하다. 사랑의 부재를 견디지 못하는 그는 남편과 이혼 후 많은 남자를 만나지만 빈 마음이 채워지지 않는다. 이런 이자벨에게 다가오는 남자는 모두 변변치 않다. 뻔뻔한 유부남이거나 우유부단한 지질남, 허세를 떠는 바람둥이 등이다. 첫 상대인 유부남 은행가 뱅상(자비에 보부아)은 천박하고, 무례하며 무엇보다 이자벨을 배려하지 않는다. 이자벨을 욕정의 대상 정도로 생각하는 그는 이자벨에게 “자기도 매력적이지만 내 아내는 특별해”라고 말하며 이자벨을 비참하게 만든다. 뱅상을 내친 이자벨은 준수한 외모의 연극배우(니콜라스 뒤보셸)를 만난다. 이 남자는 화가인 이자벨과 잘 통할 것 같지만 자신의 마음이 어디로 흐르는지, 상대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고 매 순간 주저한다. 얼떨결에 이자벨과 하룻밤을 지낸 남자는 도망치듯 이자벨의 집을 나선 후 “사랑이 아니다”라고 선언한다. 허탈한 마음에 다시 가까워진 전 남편 프랑수아(로랑 그레빌)는 이자벨이 딸과 함께 사는 집의 절반이 자기 소유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떠난다. 또 다른 남자는 “서두르고 싶지 않다”며 벽을 치고, 매일 식료품점에서 마주치는 이웃 남자는 별장 자랑을 하며 치근덕댄다.

한 남자를 떠나보낼 때마다 절망감에 눈물짓는 이자벨의 삶을 차근차근 정리해주는 점쟁이와 이자벨이 긴 대화를 나누는 엔딩 장면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자신의 사랑도 어쩌지 못하는 점쟁이는 이자벨이 만난 남자들을 하나하나 분석해준다. 점쟁이 역을 맡은 제라르 드파르디외와 비노슈의 연기 ‘기싸움’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은 모두 연출자인 클레어 드니 감독의 대표작에 나왔던 프랑스 대표 배우들로, 각자의 연기 내공으로 영화를 풍성하게 만든다. 2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