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 건너온 엘렉트라… “복수와 정의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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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부터 연극‘엘렉트라’

복수와 정의, 용서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 소포클레스의 3대 비극 중 하나인 ‘엘렉트라’가 연극계 대모 한태숙 연출로 새 옷을 입고 무대에 오른다. 앞서 ‘오이디푸스(2011)’와 ‘안티고네(2013)’를 선보인 한 연출의 ‘소포클레스 3부작’ 완결판인 셈이다. 한 연출가와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춰온 고연옥 작가가 각색한 이야기에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은 장영남과 서이숙 두 배우가 주연을 맡아 이야기의 극적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26일부터 5월 5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작품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어머니와 어머니의 정부를 살해하는 딸 엘렉트라의 이야기에 현대적 배경을 덧입혔다. 그리스 시대의 인물이 아니라 ‘총을 든 동시대 게릴라 여전사’로 묘사되는 엘렉트라는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어머니 클리탐네스트라를 인질로 붙잡아 벙커에 가둔다. 엘렉트라는 자신의 복수의 정당함을 주장하나 클리탐네스트라는 자신의 논리로 이를 반박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엘렉트라 역은 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배우 장영남이 맡았다. 최근 남산창작센터에서 연습장면을 공개한 그는 “엘렉트라는 어렸을 적 많은 학대와 결핍 속에서 비틀어진 인간”이라며 “그 비틀어짐과 마음속 요동침을 어떻게 표현할지 지금도 찾아가는 과정이고 제게는 큰 과제”라고 말했다.

작품은 엘렉트라 개인의 이야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보다는 인류에게 오랜 화두였던 정의의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고 작가는 “이 작품에서 (캐릭터들의) 여성성에 대한 얘기뿐 아니라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정의)이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개인의 정의가 모두의 정의가 될 수 있는지를 질문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클리탐네스트라 역을 맡은 서이숙은 “과연 누가 누구를 심판할 수 있을까, 이 시대의 정의가 무엇이며 과연 내가 얘기하는 정의가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묵직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작품에는 박완규(아이기스토스 역·클리탐네스트라 정부), 백성철(오레스테스 역·엘렉트라 남동생), 예수정(게릴라 역) 등 선 굵은 배우들이 조연으로도 참여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