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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오승훈 부국장 겸 경제산업부장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23일(月)
‘실패’라고 버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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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훈 부국장 겸 경제산업부장

해외자원 直投기능 폐지 대상
경영 부실 책임 물어야 하지만
광물公 경험·노하우 날릴 판

자원전쟁 속 現 정부 ‘직무유기’
적폐몰이식 否定은 역풍 자초
정책 실패도 자산 誤用 말아야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데, 요즘 한국 사회에선 통하지 않는다. 도전하다 규제에 막힌 벤처기업, 좌절의 연속뿐인 취업준비생들의 사연만이 아니다. 비리도 폐습도 아닌데, 노선이 다르거나 실적이 부진하다고 무조건 ‘적폐’로 낙인찍히기 일쑤인 정부 정책이 그 처지다. 부처마다 구성된 적폐청산태스크포스(TF)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주요 정책에 ‘레드카드’를 들고, 관련 공직자들에 대한 수사 의뢰까지 권고한다. 정책 실패가 죄악시되는 풍조다. 정부의 해외자원개발 투자도 그런 분위기에 빨간 딱지를 받았다. 얼마 전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한국광물자원공사를 한국광해관리공단과 통폐합해 한국광업공단(가칭)을 신설하기로 했다. 해외자원개발 투자 기능은 폐지해버렸다. 올 연말까지 관련법 개정이 마무리되면 정부(공기업)는 직접 투자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민간 지원 기능만 하게 된다. 필요한 광물은 수입해서 쓰면 된다는 게 결론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해외자원개발혁신TF가 권고한 내용이다.

해외자원개발에 적지 않은 실패가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광물공사의 지난 10년 누적 회수액은 5000억 원으로, 총 투자액 5조2000억 원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확정된 누적 손실액(19억4000만 달러)이 총 투자액의 41% 수준이다. 광물공사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이고, 정부 출연이 없으면 파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손실 규모를 강조하면서도, 책임을 물은 대상이 광물공사밖에 없다. 게다가 범정부 차원의 스크린도 없이 “정권의 실적 달성을 위해 국민 세금을 축냈다”며 정부 역할을 없애버렸다. 자신의 책임을 공기업에만 뒤집어씌우려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기에 충분한 정황이다.

자원개발 기능 폐지는 그동안 쌓은 경험을 버리는 것과 같다. 우리의 민간 자원개발투자는 에너지 분야에서 일부 성과를 내고 있으나 광물 분야에선 선진국에 못 미친다. 광물공사가 2009년 세계 자원시장에 뛰어든 것이 민간 참여의 계기를 마련한 것도 분명하다. 그 경험은 업그레이드를 해야 할 자산이다. 광물공사의 문제는 경영에 있었다. 최대 손실의 멕시코 볼레오 동(銅) 프로젝트의 경우, 운영사가 부도 직전인데 독단적으로 지분을 인수한 것처럼 관리·감독이 부실했다. 정부 기조에 편승해 ‘덩치 키우면 못 죽인다’는 모럴해저드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마땅히 해야 할 일마저 없애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다. 정부는 자원개발 기능 폐지의 근거로 “외국에는 국영기업의 투자 사례가 드물다”고 했는데, 사실과 다르다. 중국이 2016년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한 규모는 800억 달러로 우리의 50배가 넘는다. 그 주체들이 공기업이 아니라 민간이라고 우길 텐가. 일본은 금속광업사업단(JOMEG)을 둬서 민간과 공동투자를 하고 있다. 노하우가 축적된 선진국들에선 민간이 직접투자(직투·直投)를 하고 있지만, 이 경우에도 정부는 인프라 건설 지원과 같은 간접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 정부만 갈수록 치열해지는 ‘자원 전쟁’에서 손을 떼겠다는 식이다. 우리는 해외자원 의존도가 99%(세계 6위 수준)다. 수입의존도가 높으면 자원 보유국에 놀아나게 되고, 국가안보와도 직결된다. 4차 산업혁명으로 광물자원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정부는 이를 국내 비축량을 늘려 보완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비축 영역을 놓고 이원화된 산업부 산하의 공기업들과 기획재정부 산하 조달청의 밥그릇 싸움만 키울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어떤 정책이건 정책 수요와 실행 여건 변화에 따라 수정되고, 그 과정에서 역량이 축적된다. 정책의 사회적 수용성이 높아지는 것은 그 덕분이다. ‘실패한 대통령’ 시절에 행한 모든 게 청산 대상이 된다면 국가 행정의 근간이 흔들리고, 그 여파는 부메랑이 된다. 혹여 다른 노선의 정부가 들어서 현 정부 방식대로 정책을 평가한다면 어찌 되겠는가.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부작용을 막으려 일자리안정자금을 편성하고 실적을 올리는 데 전 행정기관을 동원한 것도, 학부모들의 대혼란을 가져온 대학입시제도 개편 문제도 적폐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고용노동부의 임금관리 기능이 폐지되고, 교육부가 대입정책을 관장하지 못하게 한다면 그게 온전한 정부이겠는가. 그런 분위기에서 공직자들이 소명을 지키려 하겠는가. 실패도 자산이다. 오독(誤讀)해서도, 오용(誤用)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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