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정상회담 D-4>30여년간 비핵화 약속 깬 北, 이번에는…

NPT, 특별사찰 요구받자 탈퇴
제네바 합의, 중유 끊기자 파기
6자 회담, BDA제재 여파 탈퇴
2·29합의, 은하 3호 쏴 사문화

북한은 비핵화를 약속한 뒤 이를 깨는 행동을 1985년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한 이후 30년 넘게 반복해왔다. NPT 가입으로 비핵화 의지를 밝혔던 북한은 1991년 12월 남북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통해서도 핵무기와 핵농축, 재처리 시설을 갖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1993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에 특별 사찰을 요구하자 북한은 NPT 탈퇴를 선언하고 기존에 한 약속을 파기했다.

북한의 NPT 탈퇴 선언으로 위기를 맞았던 북핵 사태는 1994년 6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으로 전환점을 맞았다. 같은 해 10월 21일 미·북 양측은 로버트 갈루치 당시 북핵 특사와 강석주 외무성 부상 간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시설 동결과 미국 등의 경수로·중유 제공을 상호 교환하는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문’(제네바 합의)을 도출했다.

그러나 2001년 9·11 테러 이후 조지 W 부시 당시 미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면서 미·북 사이에 다시 갈등이 커졌다. 또 북한은 2002년 고농축우라늄(HEU) 개발 의혹으로 대북 중유 공급 중단 조치가 이뤄지자 핵시설 재가동을 선언, 제네바 합의를 없던 일로 되돌렸다.

이후 국제사회는 북핵 해결을 위해 2003년 8월 6자회담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남·북·미·중·러·일이 참가한 이 회담에서 2005년 9월 북한 핵 문제 해결의 로드맵을 담은 ‘9·19 공동성명’이 도출됐다.

이 공동성명은 미국이 북한 수뇌부의 비자금 창구로 알려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을 제재하고, 북한이 6자회담 탈퇴를 선언하면서 무용지물이 됐다. 북한은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집권자로 등장한 이후인 2012년에는 김계관 당시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글린 데이비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만나 ‘2·29 합의’를 발표했다.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및 영변에서의 핵 활동을 중단하고, 국제사회는 대북 영양지원 및 인적교류에 협조한다는 게 합의의 골자였다. 하지만 이 역시 불과 2개월 뒤 북한이 장거리 로켓인 은하 3호를 발사하며 사문화됐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