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갑질도 후속 대응도 국민 기대 저버린 한진 오너家 처신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파문 뒤 지난 열흘 동안 드러난 한진그룹 오너 일가(一家)의 행태는 기업관·국가관에 의문을 갖게 한다. 한진그룹은 파월 장병 등을 위한 국가 운송사업을 배경으로 성장했고, 대한항공은 1988년 복수 항공사 체제가 시작될 때까지 수십 년 동안 ‘국적 항공사’의 독점적 지위까지 부여받았음을 고려할 때, 국민 실망감은 더 크다. 이번 ‘둘째 딸’ 파문과 관련해 조양호 회장이 22일 내놓은 사과문은 3년여 전 ‘첫째 딸’ 땅콩 회항 때와 판박이다. 문구도, 딸(이번엔 두 딸 모두)을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사퇴시키겠다는 내용도 그렇다.

이번 대응을 보면 조 회장이 엄중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부터 의문이다. 한진 오너가 파문은 갑질을 넘어 밀수·탈세 등 중범죄 의혹으로까지 번진 상황이다. 관세청은 21일 조 회장 및 자녀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관세법 위반 의혹을 조사 중이다. 조 회장 일가가 사내에 수하물 전담팀까지 두고 해외에서 산 물품을 밀반입했다는 등의 사내 제보가 쏟아진 터다. 한국인 아닌 ‘미국인’인 조 전무가 2010∼2016년 진에어 등기이사를 지낸 위법 사안도 간과할 수 없다. 가위 ‘국법 농단’이라고 할 만하다.

전·현 직원들 폭로는 더욱 기막히다. 조 회장 부인도 폭언을 일삼으며, 50여 항목의 ‘VIP 수행 체크리스트’를 숙지하지 못하면 경을 친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조 회장이 전문경영체제를 도입하겠다며 측근을 신설 부회장에 앉힌 것은 난센스다. 갑질 행태로 국민 기대를 저버리더니 후속 대응에서 보여주는 상황인식 능력도 딱하다. 전체 기업인 명예를 욕보이는 이런 행태는 엄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