低탄수화물형·低지방형…‘유전자별 맞춤형 다이어트’ 개발

삼성서울병원 김진호 박사팀
‘한국인 유전체 조사’ 토대 분석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 말고는 답이 없어 보이던 다이어트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개개인의 유전자에 따라 다이어트의 영향이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체중감량방법도 맞춤형으로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삼성유전체연구소 김진호 박사 연구팀은 다이어트 관련 유전자를 규명해 유전자 맞춤형 체중관리 모델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비만 관련 유전자 변이에 따라 비만 정도가 달라진다는 점에 착안해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뉴트리언츠(Nutrients)’ 최근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한국인 유전체 역학 조사사업(KoGES)’ 자료를 토대로 비만 관련 유전자의 변이 정도와 식이습관, 운동에 따른 체중 감소와의 관계를 살폈다. 이 결과 다이어트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돌연변이는 모두 100개로 분석됐다. 탄수화물 관련 37개, 지방 관련 19개, 총 칼로리에 영향을 받는 44개, 운동에 반응을 보이는 25개 등(중복)이다. 이러한 유전자 변이가 어떤 조합을 이루느냐에 따라 다이어트의 효율도 달라졌다.

예를 들면 탄수화물을 적게 먹는 게 도움이 되는 사람, 지방 섭취량을 줄여야 하는 사람, 음식 종류에 상관없이 총 칼로리를 낮춰야 하는 사람,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하는 사람 등 유전자 조합을 기준으로 제각각 달랐다.

연구팀은 이를 △저탄수화물 식이형 △저지방 식이형 △저칼로리 식이형 △운동형으로 구분한 뒤, 각 유형 안에서도 개인별 관련 유전자 변이의 조합에 따라 매우 높음, 높음, 낮음, 매우 낮음 등 4단계로 나눴다. 이를 통해 유전자 변이 조합에 따라 다이어트 효과가 어느 정도 있을지 예측할 수 있다.

즉 ‘저탄수화물 식이형’이고 운동에 반응이 낮은 사람은 헬스장에 열심히 다녀도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면 살을 빼는 데 성공하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저지방 식이형’인 사람이 무턱대고 최근 유행했던 저탄수화물-고지방식 방법을 따라 했다가는 오히려 살을 찌울 가능성이 크다.

유전자 분석 결과를 토대로 주력해야 할 다이어트 방법을 우선 정한 뒤 나머지 방법을 보조적 수단으로 병행하면 효과가 극대화된다.

박웅양 삼성유전체연구소장은 “유전자 정보의 활용 범위가 점차 늘어가면서 현대인의 오랜 고민인 비만을 해결하는 데까지 나아갔다”며 “본인에게 맞는 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을 안다면 같은 힘을 들이더라도 더 빨리 목표한 바에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