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톡>웃고 울다 2시간 41분… 레슬링이 이렇게 재밌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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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영화 ‘당갈’ 내일 개봉

예측 가능한 줄거리지만 전편에 녹아 있는 뜨거운 부성애에 감동하고, 다양한 재미에 빠져들며 2시간41분의 긴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흘러간다.

25일 개봉하는 인도영화 ‘당갈’(감독 니테쉬 티와리·사진)에는 절절한 드라마에 유쾌한 코미디를 섞고, 중독성 강한 가사가 담긴 OST를 적절하게 배치하는 ‘발리우드’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당갈(Dangal)’은 인도어로 레슬링 경기를 뜻한다. 젊은 시절 레슬링 인도 챔피언을 지낸 마하비르 싱 포갓(아미르 칸)은 아버지의 반대로 세계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하고 꿈을 접었다. 아들을 낳아 자신이 못다 한 꿈을 이루려 하지만 줄줄이 딸만 넷을 낳자 시름에 빠진다. 그러던 중 첫째 기타(파티마 사나 셰이크)와 둘째 바비타(산야 말호트라)가 자신들을 약 올리던 동네 남자아이 두 명을 가볍게 제압하는 것을 본 마하비르는 아들이 아니어도 금메달을 딸 수 있다는 생각으로, 두 딸과 함께 레슬링 특훈에 돌입한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달리기를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지 못하는 고행이 이어지자 딸들은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고, 마을 사람들도 조롱의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기타와 바비타는 여성의 지위가 낮은 인도에서 당당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아버지의 진심을 알게 되고, 남자 레슬링 선수들을 차례로 꺾으며 국가대표가 된다.

이 영화는 여러 편의 작품을 이어 본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영화 초반에는 막무가내로 강한 훈련을 강요하는 아버지와 딸들의 소심한 반항을 보여주며 소소한 재미를 안겨준다. 그러다가 레슬링 기술을 하나하나 터득한 딸들이 남자를 능가하는 실력을 쌓고, 동네 사람들도 이들의 가능성을 인정하며 응원하는 이야기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기타와 바비타가 국가대표 선수촌에 들어간 후반부로 들어서며 본격적인 스포츠영화의 틀을 갖춘다. 영화를 보며 ‘레슬링이 이렇게 재미있는 종목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경기 장면을 긴장감 넘치게 그려냈다. 그러면서 작은 갈등과 해소를 통해 극적인 감정을 이끌어 낸다.

뻔한 스토리를 뻔하지 않게 보여주는 힘은 배우들의 노력에서 나왔다. 인도 국민배우 아미르 칸은 5개월간 식단조절과 혹독한 운동을 통해 근육질의 20대 레슬링 선수 모습부터 배가 나오고 살이 찐 50대 중년의 모습까지 특수 장치 없이 몸으로 표현해냈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신인 배우 파티마 사나 셰이크와 산야 말호트라도 8개월 동안 레슬링을 배워 실제 선수처럼 완벽하게 경기 장면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36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인도 역대 흥행작 1위에 올랐다. 유쾌하게 웃다 보면 어느새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리며 극장을 나설 때는 자신도 모르게 ‘당갈∼당갈∼’이라는 중독성 강한 후렴구를 웅얼거리게 된다. 12세 이상 관람가.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