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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24일(火)
샤론 스톤의 눈빛 유혹… 그리고 죽음을 부르는 ‘관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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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초적 본능

아름다운 여자는 치명적이다. 남자들이 그를 차지하기 위해 모든 걸 다 쏟아붓게 만들기 때문이다. 위험한 여자는 아름답다. 여자가 가지고 있는 위험한 비밀이 그를 더욱더 파고들고 싶게 만든다.

폴 버호벤 감독의 1992년 작 ‘원초적 본능’(사진)은 치명적이게 아름답고, 아름다워서 위험한 여자를 완벽한 ‘팜파탈’ 캐서린(샤론 스톤)을 통해 그려낸다.

은퇴한 유명 로큰롤 가수가 섹스 도중 얼음송곳에 찔려 잔인하게 살해된다. 단서는 현장에 있던 얼음송곳과 사방에 흩어진 정액, 코카인이 전부다. 베테랑 형사 닉(마이클 더글러스)은 가수의 여자친구이자 작가인 캐서린을 용의자로 지목한다. 얼음송곳으로 살해당하는 로큰롤 가수가 등장하는 캐서린의 소설은 닉에게 캐서린이 살인사건의 범인이거나 소설을 읽은 누군가에게 모함을 당하고 있다는 두 가지 추측을 하게 한다.

문제는 캐서린이 성별을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정신을 혼미하게 할 만큼 아름답고 매혹적이라는 것이다.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치명적인 비밀을 품고 있는 것 같은 캐서린의 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를 감옥이 아닌 침대로 끌고 가고 싶어진다. 처음 캐서린을 본 순간부터 흔들렸지만, 이성적으로 사건을 수사해보려 노력하던 닉조차 결국 그의 포로가 된다. 어느 날 닉은 클럽에서 캐서린과 우연히 마주치고, 더 이상 그의 유혹에서 빠져나오기를 포기한다. 눈부신 여자를 한 번이라도 품어 볼 수 있다면 법의 처단 따위의 명분은 너무나도 우스운 것이 아닌가. 그렇게 닉은 캐서린의 손길에 따라 그의 침대에 오르고, 살해된 남자만큼이나 격정적인 정사를 치른다. 살인범이 그랬듯 닉의 양손을 스카프로 묶어놓고 섹스를 하는 캐서린은 이제 용의자가 아닌 진범에 가깝지만 그래도 닉은 기꺼이 캐서린의 먹이가 되고 싶어 그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얼음처럼 차가운 캐서린의 금발 머리가 닉의 가슴과 어깨에 스칠 때마다 닉은 오르가슴에도, 죽음에도 한 뼘씩 가까워진다.

이 영화는 제인 마치의 ‘컬러 오브 나이트’, 마돈나의 ‘육체의 증거’, 데미 무어의 ‘폭로’ 등 이른바 ‘원톱’ 여주인공의 활약으로 1990년대를 휩쓸었던 에로틱 스릴러 중에서 가장 높은 흥행성적을 거뒀으며 샤론 스톤의 급부상으로도 화제가 됐다. 스릴러 장르에서 가장 중추가 되는 부분인 살인자를 추리하는 과정이 허술하다는 평론가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하며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영화 초반에 나오는 선혈이 낭자한 정사 장면이 가장 관심을 모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스톤의 과감한 연기다. 남성팬들이 비디오 테이프가 끊어질 때까지 돌려봤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로 전설이 된 시퀀스는 용의자로 지목된 캐서린이 경찰서에서 취조당하는 장면. 속옷도 입지 않은 채 짧은 하얀색 홀터넥 원피스를 걸치고 취조실에 등장한 캐서린은 남자 경관 다섯 명 앞에 놓인 스테인리스 의자에 앉는다. 다리를 꼬고 담배를 무는 캐서린에게 경관은 금연건물이라고 쏘아붙인다. 캐서린은 “그래서 담배로 기소할 건가요?”(Charge me with smoking?)라고 되물으며 담배에 불을 붙인다. 캐서린이 꼰 다리를 바꿀 때마다 경관들 이마에는 땀이 흐른다.

그들의 질문을 피해가며 캐서린은 (사실상) 알몸으로 형사들의 혼을 뺀다. 거짓말탐지기까지 통과한 캐서린은 경관들 사이를 유유히 걸어나간다. 10분 정도 분량의 이 취조실 시퀀스는 스톤의 엄청난 존재적 아우라를 증명하는 지표적 장면이다. 클로즈업 안에서 관조하는 듯한 스톤의 묘한 눈빛은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것이 야속하게 느껴질 정도로 강력한 에너지가 솟구친다. 스크린을 지배하는 시선과 존재 자체로도 황홀경을 경험하게 하는 놀라운 팜파탈이 탄생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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