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얼굴 프로파일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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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얼굴의 골격과 색, 이목구비(耳目口鼻), 그리고 언어와 호흡, 먹는 모양까지 관찰해 운명재수를 판단하는 관상(觀相)의 기원은 중국 주(周)나라까지 올라간다. 우리나라에는 7세기 초 신라의 선덕여왕 때 관상학을 체계화한 ‘마의상법’ ‘달마상법’을 승려들이 익혀 유명 인사들의 상을 보고 미래를 점쳤다고 한다. 얼굴과 습관을 보면 그 사람의 앞날은 물론 성격까지 다 볼 수 있다는 것인데, 현대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이를 발전시켜 얼굴과 표정, 습관을 분석하는 ‘안면 프로파일링(facial profiling)’으로 체계화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주요 국가 정상들의 뉴스 영상을 수집해 심리학자 등 전문 프로파일러가 성격이나 정신 상태를 분석하고, 의사 출신 분석관은 건강 상태까지 점검한다고 한다. 분석 결과는 정상외교 때 종종 이용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신중한 성격으로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아 실수가 적은 반면, 서프라이즈에 약하다’는 평가를 했다고 한다. 지난해 4월 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정상회담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식사를 하다 갑작스레 시 주석에게 “방금 시리아에 공격명령을 내렸다”고 했다. 10초간 침묵하던 시 주석은 “어린이에게 가스를 사용한 사람이라면 공격해도 된다”고 했는데 평소 중국의 ‘내정 불간섭’ 입장과는 배치되는 발언이었다. 이달 초 북한을 방문, 김정은 위원장과 만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내정자의 주 방문 목적 중 하나가 김정은의 ‘안면 프로파일링’을 위해서라는 얘기가 많다. 폼페이오 자신이 이 분야에는 상당한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미국과 북한의 첫 정상회담인데 김정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미국으로선 다면적인 분석이 절실했다. 통일연구원이 최근 김정은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나르시시스트(자기애가 강한 인격 장애) 성향’이 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자신이 모든 것을 주도하고 중심이 돼야 하는 성격이다.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문재인 대통령도 김정은의 회담 스타일을 다양하게 분석하고 있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할 때는 김정일 대역(가게무샤·影武者)을 활용했다. 김달술 전 남북대화사무국장이 그 역할을 했는데, 김정일처럼 생각하고 말하는 훈련을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