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개방 병원 폐기 수순… 보건의료산업 ‘뒷걸음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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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개선委 폐기 권고 이어
정부차원 사실상 추진 중단
생산유발·고용창출 물거품

보건복지부 제도개선위원회가 전면 폐기를 권고한 투자개방형 병원이 정부 차원에서도 사실상 추진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건의료사업의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참여 정부에서도 본격 추진된 투자개방형 병원은 많은 정책 연구를 통해 최소 1조 원 이상의 생산유발 효과와 함께 수만 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미래 먹거리 산업이란 평가를 받아 왔다.

24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투자개방형 병원 설립 정책을 사실상 접은 상태다. 애초 지난해 7월 말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복지부가 참여하기로 한 투자개방형 병원 투자설명회가 갑작스럽게 취소된 데 이어, 지난 2월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도 인천 송도경제자유구역에 해외 의료자본을 유치해 투자개방형 병원을 설립하려던 계획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이번에 민간전문위원과 복지부 국·과장들이 참여한 제도개선위원회의 투자개방형 병원 폐기 권고까지 이어지면서 정부의 관련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재차 확인했다.

문제는 이 같은 정책 중단 결정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평가받는 보건의료산업의 발전 저해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그간 보건산업진흥원에서 진행한 정책연구를 보면 투자개방형 병원은 보건의료서비스산업에서 대규모 생산유발과 고용창출을 할 수 있는 기대주로 분석됐다. 당시 보고서는 유형별로 해외환자 유치형 영리병원의 경우 해외환자 수 30만 명을 가정하면, 생산유발 효과가 약 1조6000억 원에서 4조8000억 원, 고용창출 효과는 약 1만3000명에서 3만7000명으로 전망했다. 고급의료 서비스 수요 충족형으로 설립될 때도 우리나라 인구 약 3%가 이용한다고 가정하면, 약 2조7000억~3조50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약 2만1081명~2만7000명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연계형 영리병원으로 설립될 경우 기대효과는 더 커진다. 건강관리서비스 중 모바일 등 원격 관리 개념인 U-Health 서비스만 적용해도 7조5000억 원 이상의 가치와 5만8000명 이상의 고용 효과가 예측됐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까지 접목하면 그 가치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게 된다.이로 인해 투자개방형 병원은 김대중 정부 때인 2002년 ‘동북아 의료허브’ 육성을 목표로 착수해 노무현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정책이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10월 5일 총리실 산하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를 설치했고, 2006년 12월 12일 관계부처 장관회의에서 ‘서비스산업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보건의료부문에서도 13개 과제를 선정하기도 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투자개방형 병원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한 괴담 수준의 ‘영리병원’ 여론 프레임으로 소모적인 논쟁과 의료 선진화가 표류하는 동안 의료 환경이 더 열악해졌다”며 “지금이라도 투자개방형 병원 도입 정상화를 시작으로 의료산업 정책과 보건의료 정책의 선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