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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지식카페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25일(水)
빅데이터로 시장 독식하는 ‘BAADD’ 기업… 규제 논의 불붙다
Big, Anti-competitive, Addictive, Destructive to Democracy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는 거대기술기업에 대한 올바른 규제의 논의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광고판, 아마존 로고가 찍힌 가방. 로이터 AP 연합뉴스

■ 김경수의 글로벌 경제 이야기 - (17) 거대 기술기업의 등장과 도전

세계 10大 상장기업 중 7개社
애플·알파벳·MS 등 테크기업
지식 자본화 통해 독점적 지위

“아마존이 오프라인 초토화” 뜻
‘be amazoned’ 신조어 부상
다른 혁신기업 등장 막을 수도

EU, 구글독점 27억달러 부과
美선 아마존에 비판여론 확산
혁신 촉진하되 독점 막을 필요


#1.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일으킨 무역전쟁의 궁극적인 타깃은 중국의 첨단기술 제품이었고 기술이전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극도의 불만에서 비롯했다. CNN에 따르면 미 무역대표부는 미국이 중국에 도난당하는 지적재산은 연 2250억 달러에서 6000억 달러로 추정했다. 작년 미국 지적재산권 도용위원회가 발표한 수치와 유사하다.

‘매년 중국이 수천억 달러의 지적재산을 훔쳐간다’고 비난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경제적 침략을 추구하는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한 것은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의 첨단기업들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 기업의 등장에는 독일의 산업 4.0을 롤모델로 한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중국제조(中國製造) 2025’에 그 배경이 있다.(문화일보 4월 4일자 28면 16회 참조)

3월 말 현재 세계 10대 상장기업 가운데 7개사가 기술기업이다. 상위 5개사는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텐센트 등 모두 기술기업이며 이밖에도 알리바바와 페이스북이 있다. 중국기업 2개를 제외하면 모두 미국기업들이다. 10대 기업 안에 중국기업이 하나도 없었던 1년 전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이다.

바이두와 샤오미까지 합치면 중국의 4개 기술기업의 시가총액은 9000억 달러가 넘는다. 이들 기업은 연 50% 이상 성장을 이루었고 지난 10년간 1000개 이상의 신규벤처기업을 양성했다. 텐센트의 위챗(WeChat)은 사용자가 10억 명이 넘고 샤오미는 2010년 창립된 지 4년 만에 자국시장에서 애플을 따라잡았다. 바이두는 인공지능(AI)에서 구글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이들 기술기업은 사물인터넷(IoT)에서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 20개 이상의 영역에서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신흥국 중국이 선진국으로 가는 경제발전 단계를 생략하고 어떻게 이토록 이른 시간에 기술혁명시대의 선두주자 반열에 오르게 되었을까. 그것은 13억 명이 넘는 인구와 그동안 이룬 막대한 흑자로 기술혁명에 필요한 시장과 자금력을 모두 갖추었기 때문이다.


#2. 금년 초 출간된 ‘빅 데이터시대의 자본주의 재창조(Reinventing Capitalism in the Age of Big Data)’는 빅 데이터가 시장경제의 ‘보이지 않는 손’인 가격을 대체하게 됐으며 우리에게 친숙한 오프라인 기업을 옛것으로 만들었다는 기술혁명시대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효율시장가설에 따르면 가격은 유용한 시장의 정보를 전달한다. 쉽게 말해서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한 시장참여자라 하더라도 다른 시장참여자가 소유한 유용한 정보를 시장가격을 통해 전달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가설에는 흠이 있다. 만약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유용한 정보를 얻는 비용이 영(零)보다 클 때 아무도 정보에 대한 투자를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시장가격은 더 이상 유용한 정보를 반영하지 못하는 논리적 모순이 있다. 기업이 시장을 예측하는 연구인력을 두는 것은 효율시장가설이 성립하지 않음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한편 시장참여자들이 모든 유용한 정보를 이용해 미래를 예측하는 합리적 기대 하에서 효율시장가설은 투자자들이 일관성 있게 초과수익을 실현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보여준다. 시장가격이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고 투자자들이 그 유용한 정보를 이용해 미래를 예측할 때 일관성 있게 시장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워런 버핏과 같이 일생 동안 초과수익을 내는 뛰어난 투자자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러므로 장기적으로는 효율시장가설이 성립한다는 것이 콘센서스다.

빅 데이터는 기업이 시장가격보다 더 효율적으로 유용한 정보에 대한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그런데 시장가격의 정보는 경제주체가 공유하는 것이며 일종의 공공재 성격을 가지는 데 반해 빅 데이터는 사적 재산권이라는 데 중요한 차이가 있다. 누군가의 노력으로 축적해야 하며 상당한 투자비용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전에 AI가 개발됐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그로부터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됐을 때 비로소 AI는 현실세계에서 그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결국 시장가격과 달리 데이터는 그 소유자의 재산이기 때문에 빅 데이터의 소유자는 초과수익을 취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정보, 더 나아가 지식자본이 중요한 생산요소일 때 이를 소유한 기업은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게 된다.


#3. AI는 빅 데이터에 기반해 의료에서 자율주행, 금융서비스에 이르는 광범위한 영역에 적용될 수 있는 기술혁명시대의 핵심이다. 기업이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할수록 더 양질의 데이터 채굴이 가능하고, 더 우수한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며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리고 기업이 더 많은 수익을 낼 때 데이터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와 같은 선순환 구조는 승자독식이 일어나게 한다.

중국 출신의 컴퓨터 공학자이며 벤처자본가인 리 카이 푸는 시장의 크기가 규모의 경제를 가능하게 하는 선순환을 일으키는 핵심이라고 주장하고 거대시장의 이점을 가진 미국과 중국의 기업이 글로벌 기술시장을 양분할 것으로 예측했다. 7개 거대기술기업과 중국의 바이두는 모두 소비자 인터넷시장에서 해외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구글, 테슬라, 우버는 자동차 자율주행 분야에서, 중국의 아이플라이텍(iFlytek)은 음성인식에서, 메그비(Megvii)와 센스타임(SenseTime)은 얼굴인식 분야에서 각각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다른 시각도 있다. 이번 달 국제통화기금(IMF)이 발간한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무역-특히 글로벌 가치사슬-과 직접투자는 기술선진국의 지식과 기술이 글로벌 경제로 확산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더욱이 국제경쟁을 촉진하는 글로벌화는 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해외기술을 받아들이고 더 큰 혁신의 동기를 가지게 한다는 실증적 증거를 제시했다.

이 두 주장을 종합해 보면 강한 혁신의 동기를 가진 기업이 막대한 선점의 이득을 취할 수 있다. 24년 전 인터넷서점으로 출발했던 아마존은 3년 전 기업가치가 월마트를 추월했고 현재 세계 4위의 기업가치, 세계 최대 인터넷 매출, 미국에서 8번째 고용을 많이 창출하는 혁신기업이다.

‘당신의 마진이 나의 기회’라는 창업자 J 베저스의 말처럼 아마존의 폭발적 성장은 기존기업의 위축을 가져왔다. 2012년 콜린스 온라인사전은 ‘amazoned’라는 신조어를 ‘온라인 경쟁자로부터 위협받는 오프라인 매장’이라고 뜻풀이를 했다.

이제 아마존은 소매, 서점, 식품점 등 오프라인 매장을 넘어서 클라우드 컴퓨팅, 상업용 부동산, 운송 등으로 진출하고 있다. 금년 초 아마존이 JP모건체이스, 버크셔해서웨이와 합작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7%에 이르는 의료산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하자 관련업계의 주가가 폭락했다. 금융기업도 기술기업에 의해 amazoned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미 아마존은 JP모건체이스와 협력해 요구불예금과 유사한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떻게 amazoned를 피할 수 있는지가 비즈니스계의 화두가 될 정도다.

이제 거대기술기업은 산업 4.0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세계상위 시총기업의 무상한 변화가 말해주듯이 범세계적인 차원에서 산업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다(표 참조). 이 산업구조조정이 의료보험업과 같이 지대추구적이며 비효율적인 산업을 경쟁적이며 효율적으로 재편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거대기술기업이 자신의 시장지배력으로 새로운 혁신기업의 등장을 가로막는다면 혁신이 아닌 또 다른 지대추구적 행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거대기술기업에 대한 규제의 근거가 있다.


#4. 2017년 유럽연합(EU)은 구글의 불공정거래 혐의에 반독점법을 적용해 27억 달러의 구글세를 징수했다. EU 중심국인 독일과 프랑스는 페이스북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잇단 경고를 한 바 있다. 미국에서도 거대기술기업에 반독점법을 적용하는 논의가 제기되고 있으며 미주리 주를 비롯한 일부 주 차원에서 구글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아마존을 비난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트도 결코 우연으로 보기는 어렵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기술기업을 ‘BAADD’라고 약칭하고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크고(big), 반경쟁적(anti-competitive)이고, 중독성(addictive)이 있으며, 민주주의에 파괴적(destructive to democracy)이라는 의미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뜨려지는 가짜뉴스와 극단주의는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협으로 떠올랐다.(문화일보 1월 31일자 30면 13회 참조)

▲  김경수 한국경제학회장 (성균관대 교수)
과연 승자독식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반독점정책은 과징금, 기업분할, 가격규제, 인수·합병(M&A)을 제한하는 것이었다. 2000년 미연방법원은 끼워팔기를 한 MS에 대해 회사분할 판결을 내렸고 EU는 2013년까지 10년 동안 네 차례에 걸쳐 MS에 벌금을 부과했으며 구글세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기술기업에 대한 규제가 쉽지 않은 것은 생산활동에 따르는 규모의 경제뿐 아니라 기술기업이 사용자로부터 데이터를 제공받는 대가로 무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래구조 때문이다. 반독점법은 소비자 잉여를 확대하는 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으나 기업분할이 자칫 사용자 플랫폼을 제약, 사용자 편이에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가격규제도 사용자가 무료서비스를 제공받는 한 의미가 없다.

기술혁명시대의 시장경제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가늠하기는 어렵다. 다만 경로 의존적인 시장경제의 역사를 되새겨볼 때 현재 벌어지는 국가 간 경쟁과 거대기술기업에 대한 규제가 미래 시장경제의 윤곽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이 기술패권을 놓고 계속 갈등을 벌이거나 과잉규제가 도입될 때 글로벌경제의 기술진보는 더딜 수밖에 없다. 반대로 규제가 미흡할 때 리 카이 푸의 예측대로 양극화는 국가 간에도 일어나고 이코노미스트의 주장대로 민주주의는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 올바른 규제가 도입될 때 IMF의 진단대로 글로벌경제는 기술혁명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무엇이 올바른 규제인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한국경제학회장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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