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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문화] 박현모의 세종이 펼친 ‘진짜 정치’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25일(水)
“실록에 임금의 잘잘못 사실대로 기록하라”…역사에서 배우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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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 그거 믿을 수 있나요?” 시민들을 대상으로 세종실록을 강의하는 ‘실록학교’를 열겠다고 했을 때 역사학자들이 보인 첫 반응이었다. 실록은 승정원일기와 같은 1차 자료가 아니라는 얘기였다. 국왕 사후 편찬되는 과정에서 집권자들의 정치적 고려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 실록을 강독하는 것이 “실제 역사를 이해하는 데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비판도 있었다.

10여 년 동안 실록을 강의한 경험에 비춰볼 때, 그런 정치적 고려가 ‘실제 역사’로의 접근을 가로막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실제 역사라는 게 도대체 어떤 것이며, 실록 없이 그것에 다가갈 수 있는지 하는 논란은 접어두더라도, 실록의 구성 자체가 매우 다면적이고 중층적이었다. 은폐하거나 왜곡하려는 시도는 물론이고, 그 시도를 드러내 보이는 장치도 모두 실록 안에 들어 있었다.

하지만 국역 실록의 원문 읽기가 녹록지 않았다. 처음 보는 어려운 한자어와 낯선 이름들로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몇 주를 인내심 있게 읽어나가자 사람들의 반응이 완전히 달라졌다. 실록 용어에 대한 반응이 먼저 나왔다. “지금도 통용되거나 암묵적으로 전제되고 있는 다양한 용어 및 기초개념들의 어원과 본래 뜻에 대한 통찰력이 새롭다”고 했다.

▲  박현모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장
실록의 원문을 따라가면서 읽는 긴 호흡의 독해력 연습이야말로 힘들지만 꼭 거쳐야 할 공부 과정이라고 말하는 분도 있었다.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년, 몇십 년에 걸쳐 진행되는 사건들을 추적하면서 길러지는 입체적 사고력과 통합력이 좋았다는 평가도 있었다.

실록학교 수강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역사를 왜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나눌 때였다. 고려사를 개수시키면서 세종이 한 말, 즉 “사실에 의거해 바르게 기록(據事直書)하라. 그러면 칭찬할 것과 비난할 것이 스스로 드러나 후대 사람들이 믿고 전할 것”이라는 대목에서 많은 의견 교환이 있었다.

특히 ‘바르게 기록한다’는 말의 뜻을 놓고 열띤 토론이 있었는데, 그것은 한마디로 역사 기록이 현재가 아닌 미래를 향해 열려 있어야 한다는 의미라는 게 다수의 생각이었다. “그 글은 곧았고(其文直) 적은 사실은 정확했다(其事該)”는 사마천의 역사처럼 아름다움을 꾸미지 않고, 악한 것을 숨기지 않아야만 후대 사람들이 기록을 믿고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제대로 된 기록을 위해 세종이 기울인 노력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그는 바른(直) 기록을 위해서 국왕 등 권력을 가진 자들이 실록을 함부로 볼 수 없게 했다. 세종은 또한 정확하고 풍부한(該) 기록을 남기게 했다. 승지와 사관 외에도 인사를 맡은 이조나 병조, 그리고 외교 업무를 관장하는 승문원의 관리로 하여금 사관의 역할을 겸해서 공식적인 대화나 사건을 기록하게 했다. 전국 모든 관청에서 시행하는 일이 권장하고 징계할 만한 것이라면 명백하게 써서 춘추관에 보내 실록기사에 쓰일 수 있게 했다.

흥미로운 것은 왜 역사 공부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세종의 생각이다. “무릇 정치를 잘하려면 반드시 그 전 시대의 잘 다스린 것과 어지럽힌 것(治亂)의 자취를 보아야 할 것이요, 그 자취를 보는 길은 과거의 기록을 상고(詳考)하는 것밖에는 없다”는 말에서 보듯이, 그는 다분히 실용적인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았다. ‘난세를 다스려 올바른 세상으로 되돌려 놓는 방법’을 역사 사례에서 찾으려 한 것이다. 요즘 “세종이 노비 폭증의 원흉이라는데 그게 사실이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세종실록을 자세히 검토해 보니 사실왜곡투성이었다. 실록에 의거해 바로잡을 필요를 느꼈다. 몇 년간 쉬던 실록학교(ifsejong.kr)를 다시 여는 또 하나의 이유다.

박현모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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