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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통일
[정치] His Story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25일(水)
“탈북자가 南서 사기당한 것도 방송… 그러니 北에서 더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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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가 18일 서울 강서구 모처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녹음된 대북방송을 점검하고 있다. 김 대표는 북한의 위협으로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

체포직전 탈북 · 북송중에 탈출
한국선 시한부 인생 진단 받아
그래도‘누가 듣겠지’하며 방송

대남전략의 핵심은 ‘적화통일’
김정은은 절대 核포기 안할 것
北은 국가적 거짓말 가능한 곳

죽는단 생각에 글쓰기도 시작
고향이나 탈북자들 얘기 통해
한국에 北의 모습 전하고 싶어


김성민(56)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북한 주민들에게 바깥소식을 전하고, 세상에 북한 인권문제를 알리기 위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북한 유명 시인인 김순석(1921~1974) 씨를 아버지로 둔 김 대표는 사병 제대 뒤 평양 김형직사범대학 작가양성반에서 시를 전공하고 예술선전대 작가로 활동했다. 그는 1996년 대위로 근무하던 중 한국에 있는 삼촌을 찾으려 편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 체포되기 직전에 탈북했다. 김 대표는 다롄(大連)에서 한국행 배를 타려다 공안에 적발돼 군 보위부에 넘겨져 북한으로 끌려가던 중 양손에 쇠사슬을 찬 채 열차 유리창을 깨고 탈출했다. 다시 중국으로 숨어든 김 대표는 1999년 2월 한국에 입국했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를 만난 뒤 북한 민주화 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난 2004년에는 자유북한방송을 설립하고 대북방송을 해왔다. 그는 지난해 3월 자유북한주간을 준비하던 중 두통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뇌종양 진단을 받았고, 수술을 받던 중 뇌종양이 폐암에서 전이됐다는 것을 알았다. 당시 폐암 4기에 5~6개월 시한부 진단을 받았지만 김 대표는 항암치료를 받고 다시 몸을 추슬러 최근 북한 인권문제를 알리기 위한 활동을 재개했다. 김 대표와의 인터뷰는 18일과 24일 서울 강서구 모처에 있는 사무실과 이메일 등을 통해 이뤄졌다.

―건강은 괜찮아졌나.

“시한부라고 했는데 살아났다. 원래 항암주사를 안 맞으려고 했는데 고향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느냐고 주변에서 하도 그래서 항암치료를 받았다. 3주에 1대 맞는데 1대에 1000만 원이다. 내가 탈북자여서 돈이 없어 못 맞는다고 했는데 처음 맞은 다음부터 보험이 됐다. 지난해 이맘때 58㎏이었는데 지금은 68㎏이 됐다. 지난해 수술할 때 마취 상태에서 산소호흡기를 빼려고 해서 성대를 다쳤는데 목소리도 조금 있으면 나을 것 같다.”

―암 진단 이후 지원이 많이 몰렸다고 들었다.

“아파서 누워 있는데 ‘김성민 살리는 모임’이 생겼다. 내가 정신이 말짱해서 강제로 폐지시켰는데 진짜 아파서 말도 못할 때 국내에 다시 만들어졌다. 북한 민주화 운동을 했던 정성산, 박상학이 주도해 후원회를 만들었다. 1000만 원을 낸 사람도 세 분이나 있었다. 이미일 6·25전쟁 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도 1000만 원을 내셨다. 나는 탈북자들한테 10만 원이 제일 큰돈인 줄 알았는데 100만 원씩 낸 사람도 있었다. 나도 아픈 사람 있으면 돈을 내야겠다고 했다.(웃음)”

―어디 다녀온 것 같다.

“오늘(18일) 아프고 나서 처음으로 야외활동을 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등 40여 개 북한 인권단체들과 함께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남북 정상회담 의제로 북한 인권문제를 다뤄 달라는 기자회견을 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안 다룰 것 같다. 미국은 인권문제를 제기할 것 같은데….”

―문재인 정부는 왜 북한 인권문제를 꺼릴까.

“나도 궁금하다. 인권 대통령이라면서 북한 인권문제를 안 다루려고 하는 것이 속상하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북한의 눈치가 보여서가 아닐까 싶다.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는데 껄끄러운 문제를 굳이 들고나올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거다. 탈북자 1호 박사인 이애란 박사랑 몇몇이 모여서 탈북자 1000명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 누워 ‘우리를 밟고 가라’고 하면 작은 변화라도 있지 않겠냐 이야기를 나눴다.”

―남북 정상회담이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남북 정상회담은 제재를 풀기 위해 남한에 미국을 움직여 달라는 것인데 북한은 지금 한술 더 뜨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북 간 종전협상이 이뤄지는 데 대해 기쁘다고 말한 것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 그게 정상회담의 목적이다. 김정은은 미국과 핵을 놓고 평화협정을 맺기 위해서는 현재 휴전협정을 종전협정으로 바꿔야 한다. 종전협정이 되면 평화협정이 이뤄지는데 그것은 주한미군의 한반도 철수를 의미한다. 이런 쪽으로 김정은이 몰고 가는데 여기에 다리를 놓아주는 게 남북 정상회담이라고 본다.”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였다고 하는데.

“탈북자들, 북한 사람들은 한반도 비핵화의 본질을 안다. 북한에서 교육받은 것, 들었던 것을 말을 못해서 그렇지 ‘한반도의 비핵화’ ‘선대의 유훈’이라는 것은 1990년도에 다 수업에서 배웠다. 당시 미국이 800~1000기의 전술핵을 한반도에 끌어들였고,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 전술핵 철수라고 교육받았다. 그것이 비핵화 유훈이며 한반도 비핵화다. 한국의 많은 사람이 그 의미를 심각하게 안 받아들인다. 북한이 핵을 없애는 조건으로 회담을 하지 않나 하는데 이는 북한식 사기다. 그것이 북한이 감추고 있는 핵심인데, 알고는 있는지 정말 가슴이 철렁하다.”

―비핵화가 북한 핵 폐기가 아니라면 향후 한반도 상황이 위험해지지 않을까.

“탈북자들이 웃으면서 이야기하는데 김정은은 종신직이고, 트럼프 대통령이나 문 대통령은 계약직이다. 김정은은 시간만 벌면 된다. 비핵화했다고 하고 핵을 감춰 놓으면 사찰단이 어떻게 찾아내나? 땅굴을 다 볼 수도 없고. 이런 식으로 협상하면서 시간 끌기가 가능하다. 북한은 영변 냉각탑도 폭파했다. 북한은 능청스럽게 모두 단결해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나라다. 그런 국가적인 거짓말이 가능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핵협상을 하겠다는 거짓말이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때문에 북핵 문제를 어영부영 넘어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속상하다. 탈북자들이 생각하는 김정은은 핵을 포기하지 못한다. 포기하면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포기할 수 없다. 그리고 대남전략의 핵심이 적화통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핵은 반드시 필요하다.”

―북한 비핵화를 어떻게 추진해야 한다고 보나.

“핵을 없애기 위해서는 북한이 민주화돼야 한다. 다당제를 받아들이고 총선을 실시하게 해야 한다. 정치범 수용소도 해체하도록 해야 한다. 북한 체제가 변화되면 북한에 핵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문재인 정부에 조언을 한다면.

“문 대통령이 아무리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에 징검다리를 놓으려고 해도 인권문제는 제기해야 한다. 북한에 잡힌 한국 국민 송환, 정치범 수용소 해체, 국군포로 송환 등을 포괄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또한 한반도 비핵화의 본질을 짚어야 한다. 북한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가 언어의 속임수라는 걸 알아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말에 놀아나지 말고 북핵 폐기를 갖고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답을 정확히 미국에 전해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능청스러운 말을 못 하게 하고 우리가 북핵 폐기를 제기했을 때 북한의 반응이 어땠는지를 보고 미국에 확실히 전달해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 자유북한방송은 계속 방송 중인가.

“과거에 정부가 대북방송을 그만두는 것을 보고 우리라도 방송의 맥을 이어가자며 2004년에 자유북한방송을 만들었다. 대북방송을 김정일과 김정은이 그렇게 아파했다. 대포 쏜다, 뭐 한다고 하지 않았나. 이게 북한 주민들에게 주는 상징성이 있다. 탈북자가 북한에서 방송을 들었다고 하니까 거기서 누군가는 듣겠지 하는 믿음으로 한다. 우리가 한국에서 겪은 일, 심지어 망하고 사기당한 사실도 알려주기 때문에 북한에서 관심 있게 듣는다. 황장엽 선생께서 정부는 북한과 협상할 수 있지만 정부가 시민단체를 막는 일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시민단체가 북한을 향해 열심히 뭔가를 하면 정부의 협상력도 높아진다는 거다. 대북방송을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남한에서 벌어지는 일만 전해줘도 효과가 크다.”

―자유북한방송은 하루 몇 시간이나 방송하나.

“예전에는 5시간도 했는데 지금은 1시간 한다. 보수 정권 때는 통일부나 서울시 등 기획 공모 때 탈북자 단체에 우호적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많은 탈북자 단체가 정권이 바뀐 뒤 기획 공모에 지원하지 않고 있다. 우리도 미국에 기획 공모를 했다.”

―아버님이 북한에서 유명한 시인이셨고, 김 대표도 한국에 와서 연세대 국문과와 중앙대 문예창작과 석사를 받았는데.

“아버지도 사상성 있는 시를 쓰셨지만 향토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내가 외아들이어서 아버지 뒤를 이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북한에서는 군단 선전대 작가여서 군단 사령관 정치위원 보고서만 쓰고 시를 쓸 시간이 없었다. 한국에 와서는 진짜 시를 쓰려고 했는데 마음에 드는 시를 쓰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죽는다 생각하니까 시집을 못 낸 것과 집을 사놓지 못한 거 두 가지가 아쉽더라. 그래서 정신 차리고 두 달 전부터 글을 쓰고 있다.”

―어떤 내용으로 쓰고 있나.

“북한 고향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 한국에서도 많은 일을 했는데 아마 황장엽 선생님 모셨던 일을 중심으로 해서 쓸 것 같다. 내 자취를 남기는 것보다도 탈북자 이야기를 통해 한국 국민에게 북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다.”

―북한에서는 이름이 ‘김진’이었는데 ‘김성민’으로 개명한 이유가 있나.

“우리민족끼리 등 북한 매체가 김진이라는 놈이 사기 치려고 이름을 바꿨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한국에 왔을 때 삼촌이 두 분 계셨고, 사촌들이 있었는데 할머니가 사촌들 이름을 다 ‘성’자 돌림으로 하셨다. 그래서 나도 한국에 들어와서 ‘성’자 돌림으로 이름을 지은 것이다. ‘성’자를 넣고 옥돌 민(珉)자가 맘에 들어 ‘성민’이라는 이름이 된 것이다.”

―아버님하고 삼촌들이 어쩌다 헤어졌나.

“1946년 2월에 할머님이 삼촌 두 분을 대학에 보내려고 남쪽으로 내려오셨다. 그때 아버님은 북한에서 결혼해 가정이 있어서 남으셨다. 이렇게 갈라질지 몰랐던 셈이다. 삼촌 두 분은 연희전문대를 나오셨는데 지금은 돌아가셨다.”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생각인가.

“사람들이 공기 좋은 곳에 가서 살라고 하는데 나는 성격 자체가 일이 없으면 죽을지 모른다. (웃음) 작년에 북한 인권총연합을 만들었고, 북한자유주간을 올해도 하게 됐는데 앞으로 자유북한방송만 할 것이다. 처음 하는 이야기인데 자유북한방송이 미 국무부에 기획 공모로 예산을 신청했다. 합격하면 한 해 60만~100만 달러(약 6억5000만~10억8000만 원) 정도 지원을 받는데 그러면 과거처럼 하루 5시간씩 방송을 할 수 있다. 김정은이 아파할 정도로 할 자신이 있다.”

김석 기자 suk@
e-mail 김석 기자 / 국제부 / 차장 김석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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